【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개가 들어간 속담 사자성어

(1)권력의 개 (2)상갓집 개 (3)개새끼

한국인들은 안좋은 것이나 2등, 삼류에는 개자를 접두어로 사용한다.

소설가 정을병(1934~2009)의 대표작 <개새끼들>은 5ㆍ16 직후 군이 서슬 퍼렇던 시절의 국토건설단을 다룬 작품이다. 박정희 군부는 병역 미필자들을 모아 도로를 건설하게 했는데, 건설단은 불과 1년 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소설 제목은 건설단원들을 비하하면서 세상을 향해 내뱉은 욕설이었다. 1973년 발표작이니 벌써 40년이 다 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을 향해 "개새끼들"이라고 외치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개새끼는 사전적 의미에서 '하는 짓이 얄밉거나 더럽고 됨됨이가 좋지 아니한 남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이 말대로면 일단 여자는 개새끼가 될 염려가 없는 셈이다.

개가 들어가는 말치고 뜻이 좋은 말은 하나도 없다. "개하고 똥을 다투랴?" "개 못된 것이 들에 나가 짖는다." 속담은 그렇다 치고 요즘 상황에 맞춰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김일성 주체사상은 개똥철학이 된 지 오랜데도 여전히 이를 신봉하고 맹종하는 사람들이 반대자들을 향해 개떼처럼 으르렁거리고 있다."

개에게 좋은 점도 발견할 수 있다. 개가 들어간 속담을 개의 처지에서 해석하면 이렇게 된다고 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개의 용맹성을 알려준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는 어디서나 웃을 수 있는 착한 천성을 말하며, "개 발에 편자"는 쓸데없는 치장을 하지 않는 검소함, "죽 쑤어서 개 줬다"는 착한 개에게는 먹을 게 절로 생긴다는 뜻이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은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여유라던가?

'개새끼'가 횡행하고 있다. 투표 사실을 보여주는 인증샷처럼"김정일 개새끼라고 해봐!", "이명박 개새끼라고 왜 못해?"식의 언어폭력이 이념과 진영을 증명하는 '인증욕'이 돼버렸다. 개새끼라고 욕했던 임수경 의원이 정식 사과했지만 욕설은 기록으로 남는다.

개 주둥이에서 상아가 나올 리 없지만(중국 속담), 이런 욕이 들릴 때마다 모두 함께 혼내야 한다. "개는 먹는 것만 생각하지 얻어맞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도 얻어맞은 골목엔 가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최고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개보다 못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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