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배신

요새 배신이 화두다. 사람만이 배신할까? 동물은 배신하지 않을까?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저서에서, 박 대통령이 1994년 당시 MBC 기자였던 박영선 의원에게 ‘동물은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라 말했다고 적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 일로 배신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사람이 박대통령이다.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면 안된다’는 속담이 나왔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인간만이 생각이 다른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배신(背信)과 소신(所信)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댄 리스킨(DAN RISKIN)의 <자연의 배신>은 인간보다 비열하고 유전자보다 이기적인 생태계에 관한 보고서다. 책은 자연이 한 장의 멋진 사진이 아니라 쉼 없이 변화하고 복잡하게 뒤얽혀 있는 역동적인 삶과 죽음의 드라마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전적으로 에너지를 얻기 위한 전쟁에 의해 굴러간다. 에너지는 숙주에서 기생생물로, 피식자에서 포식자로, 썩은 사체에서 청소동물로 살아남아 DNA를 전달하기 위해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생명체들 사이를 흐른다.

박쥐 전문가이자 세계 유일의 일일 과학 프로그램인 <데일리 플래닛>의 진행자 댄 리스킨은 이처럼 ‘오로지 꿀만 있고 침을 쏘는 벌은 없는’ 기형적인 환상으로 포장된 자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탐욕, 색욕, 나태, 탐식, 질투, 분노, 오만이라는 인간의 7가지 죄악을 자연에 대입하여 평온해 보이는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막장 드라마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실제 자연이나 동물은 인간보다 더 배신적이다. 인간은 아무리 잔인하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소의 내장을 파먹지는 않으며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서 한배에서 자란 쌍둥이 동생을 잡아먹지 않는다.

인간사는 기본적으로 계약과 신뢰로 이루어져 있다. 설사 배신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동물의 왕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배신이라고 할 수도 없다.

동물의 왕국에서는 오직 서열 1위만이 행복하다. 서열 1위도 언젠가는 처참하게 자연사하고 서열 2위가 그 자리를 차지하며 그 역사는 끝없이 반복된다. 인간 사회가 동물의 왕국과 다른 것은 서로 존중하고 공정한 규칙 안에서 경쟁하고 협력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이 재미있다고 인간 사회마저 동물의 왕국처럼 만들면 안 된다. 자연을 반면교사로 삼고 인간 사회를 더욱 명랑한 곳으로 만들려고 고민하기 위해 필요하다.
갑이나 권력의 상위계급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계약에 의해 필요에 의해 지급한 돈, 물건, 기회, 인사 등을 자신이 어기는 것은 합당하고 을이 부당한 대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떠나면 배신이라며 치를 떠는 모순적 행동이다.

부당한 대우에 살기 위해 조직을 떠나는 것이나, 거짓말에 대해 충언하고 비판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다. 배신의 뜻을 잘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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