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중부인뉴스 최준탁 본부장 = 고초(苦草·苦椒)·번초(番草)·남만초(南蠻草)·남초(南椒)·당초(唐草)·왜초(倭草) 등으로 부른다.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한국에서는 겨울을 나지 못하므로 한해살이풀처럼 기른다.

고추는 서로 다른 품종이 바람에 의한 수정으로 쉽게 교잡종을 만들기 때문에 전세계로 전파되는 가운데 수많은 품종이 생겨났다.한국에서도 해마다 잡다한 종자를 그대로 심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 여러 품종이 생겨나 약 100여 종에 이르고 있다.

고추는 서기전 6500년경 멕시코 유적에서 발견될 만큼 오래된 작물이다. 서기전 850년경에는 널리 재배가 이루어졌다. 1493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할 때, 같이 갔던 잔가라는 사람이 멕시코 원주민들이 ‘아기’라고 부르는, 후추보다 더 맵고 빛깔이 붉은 고추를 향신료로 사용한다는 걸 발견하고 이 종자를 유럽으로 들여갔다. 이때 고추를 붉은 후추(red pepper)라 불렀다.

유럽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으나 1542년 인도에 전파되면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에 전해졌다.
▲일본
‘목육부 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 “고추는 1542년에 포르투갈 사람이 일본에 전했다”고 하며, 다문원일기(多聞院日記)(1593년)에는 고추의 모양, 빛깔, 맛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므로 일본에는 최소한 1542년 이전에 전래된 듯하다.

▲중국
1765년에 만들어진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 “고추가 요즈음 재배되어 이것이 시장에 많이 모여든다. 이 고추는 고추장을 비롯하여 넓은 용도로 쓰이는데 ‘본초강목’(1578년)에는 이에 관한 설명이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국
임진왜란후 전래된 듯하다. 문헌에는 이수광이 1614년에 편찬한 ‘지봉유설(芝峰類說)’에 “고추에는 독이 있다. 일본에서 비로소 건너온 것이기에 왜겨자(倭芥子)라 한다”는 내용이 처음 등장한다.

1723년경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도 “고추를 번초(蕃椒)라 적고, 번초는 매우 매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일본에서 온 것이란 지식 외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왜초(倭椒)라 한다.

1715년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는 고추를 남초(南椒)라 하면서 그 재배법을 설명했고, 1766년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서는 “고추 가운데서 짧고 껍질이 두꺼운 품종이 있어서 이것을 특히 당초(唐椒)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재위(李裁威)는 ‘몽유(蒙纜)’(1850년대)에 북호(北胡)에서 들어왔다고 기록했다. 민간에서는 장을 담근 뒤 독 속에 붉은 고추를 집어넣거나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줄에 붉은 고추와 숯을 걸어 악귀를 쫓았다.

고추는 임진왜란 시기에 중국과 일본 양쪽에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임진왜란에 구원군으로 들어온 명군은 이미 옥수수를 군량의 일부로 가지고 들어왔었고, 고추도 가지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뜻으로 당신(唐辛), 당초(唐椒)란 말도 있었다. 일본군 역시 전쟁 중에 고추를 들여왔기 때문에 왜겨자, 왜초란 단어가 나온 듯하다.

고추는 음식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붉은빛을 잡귀를 쫓는 색깔로 인식한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낳으면 숯과 함께 새끼줄에 꿰어 대문 위에다 걸어놓아 잡귀의 침입을 막으려 했고, 남자의 생식기와 비슷하게 생겨 아들을 낳았다는 것을 표시하는 기능으로도 쓰였다.

장을 담글 때에는 독 속에 숯과 함께 고추를 집어넣어 독소를 제거했으며, 또한 숯과 고추를 새끼줄에 꿰어 독에 둘러쳐 장맛을 나쁘게 하는 잡귀를 막으려 했다.

고추는 비타민 A·B·C가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비타민 C는 감귤의 9배, 사과의 18배나 될 정도로 매우 풍부하다. 그래서 채소원예학의 어느 교수님은 "풋고추 세 개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는 충분히 해결 된다"고 했다.

고추의 가장 커다란 특징인 매운 맛은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Capsaicine)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는 소화액 분비를 자극하여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감기나 기관지염, 가래 제거에 효과가 있으며 더불어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이 밝혀져 비만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활명수'라는 유명한 소화제가 바로 고추 속의 매운 맛에서 추출한 캅사이신이 주성분이라는 것을 보면 고추의 약리효과가 꽤 뛰어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추는 음식 중에도 매우 따뜻한 양(陽)의 작물이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고추를 많이 먹으면 화(火)가 동하고 창(瘡)을 나게 하며 낙태한다고 했고, 반대로 그 성질을 이용하면 동상예방약으로도 쓰일 수 있고 더불어 신경 통치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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