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농민들에게 경찰서가 가장 도움될 때
농민들에게 경찰서가 가장 도움될 때는 경찰서 넓은 주차장이 고추말리는 건조장이 될 때다. 아이러니컬 한 것은 데모에도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캅사이신(Capsaicine)이 사용되고 데모방지에도 캅사이신(Capsaicine)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강원 평창경찰서 주차장이 농민들이 수확한 고추 건조로 붉게 물들었다. 200여 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1천650㎡ 규모의 경찰서 주차장 광장은 2001년부터 지역 주민 농산물 건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추(hot pepper)는 가지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로 고초(苦草·苦椒)·번초(番草)·남만초(南蠻草)·남초(南椒)·당초(唐草)·왜초(倭草) 등으로 부른다.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오래전부터 재배하였다. 열대에서 온대에 걸쳐 널리 재배하는데,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에는 담배와 거의 같은 시기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한국인의 식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고추는 밭농사를 짓는 데 최고의 작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장기간도 2월 말에서 10월까지 꽤 긴데다 육묘에서부터 재배하기가 매우 어렵기도 하지만 풋고추에서부터 빨간고추가 열릴 때까지 오랫동안 수확의 재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작물이다.

더불어 매우 환금성(換金性)이 높은 작물이어서 농민이라면 필수적으로 지어야 하는 작물이다. 쓰임새면에서 또한 고추만큼 다양한 작물도 드물 것이다.

한국에 들어온 내력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 사람을 독한 고추로 독살하려고 가져왔으나 이로 인하여 오히려 한민족이 고추를 즐기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일본의 여러 문헌에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재위(李裁威)는 《몽유(蒙纜)》(1850년대)에 북호(北胡)에서 들어왔다고 기록하였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고추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겨자(倭芥子)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측 기록인 '대화본초(大和本草)'·'물류칭호(物類稱呼)' 등에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하고,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본초세사담기(本草世事談綺)'·'성형도설(成形圖說)' 등에는 우리나라 혹은 남만에서 온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민간에서는 장을 담근 뒤 독 속에 붉은 고추를 집어넣거나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줄에 붉은 고추와 숯을 걸어 악귀를 쫓았다.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苦草)’라고도 표기하였다. 오늘날에는 고추의 ‘고(苦)’ 자가 쓰다는 뜻으로 쓰이나 조선시대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입 속에서 타는 듯이 매운 고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한다.

고추의 가장 커다란 특징인 매운 맛은 고추에 들어 있는 캅사이신(Capsaicine)은 소화액 분비를 자극하여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또한 감기나 기관지염, 가래 제거에 효과가 있으며 더불어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이 밝혀져 비만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활명수'라는 유명한 소화제가 바로 고추 속의 매운 맛에서 추출한 캅사이신이 주성분이다.고추는 음식 중에도 매우 따뜻한 양(陽)의 작물이다. 고추의 더운 성질은 다른 여름 작물에 비해 으뜸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고추를 많이 먹으면 화(火)가 동하고 창(瘡)을 나게 하며 낙태한다고 했고, 반대로 그 성질을 이용하면 동상예방약으로도 쓰일 수 있고 더불어 신경통치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붉은색이 태양이나 불을 상징하며, 잡귀를 쫓는 색깔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고추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쓰였다. 즉, 민간에서 장을 담근 뒤에 새끼에 빨간 고추와 숯을 꿰어서 독에 둘러 놓거나 고추를 독 속에 집어넣는 것은 장맛을 나쁘게 만드는 잡귀를 막으려는 것이다.

경상북도 동해안지방의 별신굿에서 굿상에 소금 1접시, 물 3그릇에 빨간 고추와 숯을 띄워 놓는 것도 그 의미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고추는 그 생김새가 남아의 생식기와 비슷하므로 태몽으로 고추를 보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신이 있다. 민간의 습속에 아들을 낳으면 왼새끼 인줄에 고추와 숯을 꿰어 대문 위에다 걸어 놓는다.

이것은 남아의 생식기가 고추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추의 빨간색이 가진 벽사의 기능 때문에 잡귀나 잡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추는 그 특유의 매운 맛 때문에 시집살이 노래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경상북도 경산지방의 민요 가운데 나오는 “시잡살이 개집살이/앞밭에는 당추심고/뒷밭에는 고추심어/고추당추 맵다해도/시집살이 더 맵더라.”는 구절은 그 대표적인 예다.

민간요법으로는 감기에 걸렸을 때 고추감주라고 하여 감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기도 하며, 더러는 소주에도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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