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는 이제 대선의 승패를 좌우한다.

지난 1960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들 간의 첫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와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와의 토론회였다.

현직 부통령으로서 경험과 인지도에서 앞서던 닉슨 후보는 예상과는 달리 새내기 정치인이었던 케네디 후보와의 토론에서 참패한다.

젊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똑 부러진 토론 실력을 보인 케네디 대통령은 수많은 유권자들을 매료시켰고 결국, 케네디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TV 토론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최근 들어 TV 토론회를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직접적인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발전했기 때문에 실수라도 하면 타격이 더 크다.

실수하는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급속히 확산돼 후보를 끈질기게 괴롭히게 된다따라서 후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철저하게 TV 토론회에 대비해야 한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1 가량이 TV토론을 지켜본 뒤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힐러리 클린턴(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양 진영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심정으로 토론회에 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정경험이 풍부한 클린턴이 토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변수는 역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다.

트럼프 캠프조차 TV쇼 프로그램(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진행 경험이 있는 트럼프가 특유의 순발력으로 리드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변덕스러운 그의 막말을 걱정하고 있다.

클린턴은 ‘능력이 검증된 지도자’라는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구체적 정책 제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NBC뉴스에 따르면 클린턴 측은 선거캠페인 공식사이트인 ‘힐러리 클린턴 2016: 미국을 위한 힐러리’에 핵심 이슈 39개를 열거해놓고 있다.

여기에는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 대책, 의료보험 개혁, 사법개혁 등 다양한 이슈들이 망라되어 있는데, 클린턴은 이슈별로 쟁점과 구체적 공약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상태다.

클린턴은 변덕스런 트럼프가 감정을 자극할 경우 대범하게 대응하는 방법도 배웠다. 거친 공격에 휘말려 인상을 찌푸리거나 한숨을 쉬는 등 유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토론의 패배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전략은 클린턴과 정반대다.

공직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구체적 각론을 얘기하기보다는 ‘위대한 미국’등 비전 제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이 외교ㆍ안보, 교육, 조세개혁 등에서 구체적 공약을 묻고 나서더라도, “그런 사소한 것이 중요하지 않다. 나를 믿어달라. 미국이 위대해지면 다 잘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맞받아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신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토론 방식으로 클린턴을 몰아붙일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도 트럼프가 언제 무슨 말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클린턴 진영이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승자가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우열이 엉뚱한 변수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양 캠프는 특히 진행자를 두고 각별히 신경전을 벌였다. 1차 토론의 진행자로 낙점된 NBC방송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토론에 어느 수준 개입하느냐에 후보별 명암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두 후보가 토론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 경우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진위를 가려줘야 하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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