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인천에 입항하는 오베이션 오브 더 시즈호의 위용이 놀랍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항으로 입항하는 동북아 최대 규모의 크루즈인 ‘오베이션 오브 더 시즈‘호에서 관광객들이 인천 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1위 크루즈 선사인 로얄캐리비안크루즈 소속 크루즈(16만7천t급)인 이 선박에는 4천200여명의 관광객이 탑승했으며 이 가운데 2천여명이 인천에서 관광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조선사들이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유럽 조선소들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크루즈선을 이용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발주도 덩달아 늘어나자 독일과 이탈리아 등 크루즈선 조선소를 보유한 유럽 업체들이 수혜를 보는 것이다.

국내 조선산업이 상선과 해양플랜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크루즈산업으로 진출을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바다위 종합예술'로 불리는 크루즈선은 한번 수주에 1~2조원을 오가는 고부가가치·신성장 산업이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발주되는 선박 900여척 가운데 80%가 벌크선과 크루즈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줄줄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처지에 내몰린 것과 비교된다.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크루즈선 발주를 ‘그림의 떡’처럼 쳐다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크루즈선은 총 15척, 17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발주량 498만CGT 가운데 크루즈선 발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5.9%에 이른다. 로로선과 카페리선까지 포함하면 총 38척, 219만CGT에 달한다.

크루즈선 발주가 뒷받침되면서 올해 누적 수주 실적 상위는 유럽 업체들이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대부분 자국 선사가 발주한 물량을 수주해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한 2~4위는 모두 크루즈선 조선소를 보유한 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크루즈선 8척, 89만CGT를 수주한 이탈리아가 2위를 차지했다. 크루즈선 6척과 로로(카페리)선 5척, 71만CGT를 수주한 독일이 3위에, 크루즈선 2척, 33만CGT를 수주한 프랑스가 4위에 올랐다.

크루즈선 발주와 물량 소화는 국내 업체들은 소외된 채 유럽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클락슨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7척, 92만CGT였던 크루즈선 발주 규모는 이듬해 10척, 100만CGT로 늘었고, 지난 2014년에는 17척, 204만CGT까지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총 11척, 123만CGT가 발주됐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국내 조선업체들은 유럽 업체들의 ‘돈 되는’ 크루즈선 수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크루즈 관광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터라 해당 지역 위주로 크루즈선 건조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크루즈선을 수주하더라도 채산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카니발 소속의 아이다 크루즈(Aida Cruises)로부터 크루즈선 2척을 수주했지만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크루즈선에 들어가는 자재는 값비싼 자재를 써야한다.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한다고 한들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오히려 수주를 안 하는 게 현재는 맞다

크루즈산업이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된 이유?
선주들이 기자재와 인테리어를 모두 유럽산으로 원하기 때문다. 이때문에 세계 3대 크루즈 선사와 조선업체는 서로 배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니발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로열캐리비언은 STX유럽, 스타크루즈는 독일 마이어베르프트에 주로 발주한다.

후판, 엔진, 파이프라인 등 기자재 외에도 승객을 위한 진동 최소화 장비, 탁자·의자·샹들리에 등 호텔급 인테리어에서 선주들이 기존 유럽 업체 제품을 원한다.

과거 STX그룹이 1조7000억원을 투자했던 STX프랑스가 크루즈 전문 생나자르 조선소로부터 크루즈 기술 이전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생나자르 조선소가 한국의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처럼 프랑스 '국가 핵심기술 보호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단숨에 크루즈 관련 기술을 모두 이전받기는 불가능하고 시차를 두고 천천히 인수받는 기술들이 있다.
조선 호황기였던 2007년까지만해도 '크루즈산업의 기반기술 및 핵심부품 개발'은 산업자원부의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에 포함돼 있었다.

같은해 STX그룹은 크루즈선을 만드는 노르웨이 야커야즈를 1조7000억원에 인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STX유럽을 설립한후 자회사로 STX프랑스를 만들었다.

현재 STX조선해양은 STX프랑스 지분 44.5%를 갖고 있으나 지난해 순손실 3700억원, 연결기준 부채가 1조6000억원이 넘는 이 회사에 대한 매각작업은 2차례나 실패했다.

STX프랑스는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올해 들어 3차 매각에 나선 상태지만 이렇다 할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2014년 7월 STX프랑스를 팔기 위해 핀칸티에리, 프리빈베스트 등 외국계 크루즈 업체들과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산은은 2015년 1월 STX프랑스 2차 매각을 시작하며 대우조선해양에 떠넘기려 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실사를 마친 후 아예 입찰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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