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에쿠우스'는 라틴어로 말(馬)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사랑하던 말들의 눈을 찌르고 법정에 선 17세 소년 알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다.

6마리의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괴기한 범죄를 마굿간 소년 알런과 알런을 맡은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알런의 치료 중 광적으로 종교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폐쇄적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희생물이 된 알런을 보게 된다.

치료도중 알런에게 정상적인 세계를 찾아주려던 의사 다이사트 자신이 정상적인 세계에 대해 딜레마와 의혹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 알런은 구식 사회주의자 아버지와 독실한 기독교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자신만의 신, 에쿠우스를 만든다. 에쿠우스와 한 몸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열정,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는 알런에게 희열을 가져다 준다.

그런 그가 결국엔 스스로 말들의 눈을 찌르는 괴기스러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알런은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 다이사트에게 보내진다. 다이사트는 알런과 대화를 나누면서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혼동되기 시작한다.

그는 알런이 ‘정상’적인 삶을 다시 살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알런과 나누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치료에 대한 회의감, 상실감을 느끼며, 17세 소년이 가진 순수한 열정에 대해 진심으로 동경하기에 이른다.

출판사에 근무하던 피터 쉐퍼(Peter Shaffer, 1926~)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그의 작품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할 무렵, 친구로부터 한 소년이 말의 눈을 찌른, 아주 충격적인 사건을 전해 듣는다.

당시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쉐퍼는 ‘말의 눈을 찌른 소년’이라는 단서에 상상력을 더해<에쿠우스>라는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 작품은 1975년 뉴욕비평가상과 토니상 최고 연극상을 수상한다. 충격적인 사건에서 출발하여 시대가 변해도 끊임없이 화두에 오르는 인간의 일상생활, 종교와 신화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희곡작가 반열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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