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조선강국 대한민국을 상징하던 ‘골리앗 크레인’ 가운데 하나가 결국 주저앉았다. 크레인 해체는 조선산업 쇠퇴로 지난 2002년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아넘긴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연상케 한다.

말뫼의 눈물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2년 스웨덴 말뫼에 있는 코쿰스 조선소에서 1달러에 사들인 대형 크레인을 해체해 운송선에 실어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유래됐다.

이 크레인은 당초 울산에 설치된 만큼 마산에서 해체되는 크레인은 ‘말뫼의 눈물’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말은 아니지만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해운사의 발주 감소, 중국의 맹추격, 일본의 견제 등으로 붕괴하는 한국 조선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 크레인은 ‘마산의 눈물’에서 나아가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는다.
한국판 말뫼의 눈물은 비단 마산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울산, 거제, 통영에 이르기까지 남해안 조선업 벨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는 초토화되고 있다.

아파트와 원룸 주택은 불이 꺼진 지 오래다. 식당은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린다. 부동산값이 하락하고 지역 경제는 땅속으로 꺼질 것처럼 침체가 심각하다.

10년 남짓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간 한국의 조선업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경영자의 탐욕과 무분별한 확장, 주무 부처의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 금융당국의 감독부재, 금융계의 단기 이익추구 등 요인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시스템이 ‘짜구’가 난 것이다.

한국 조선업을 상징하던 대형 크레인 해체의 아픔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마산의 눈물도 우리 산업과 한국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과정이다. 짜구 상태를 벗어나 키가 크려면 적게 먹고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때늦었지만 결코 허투루 해서는 안 되는 구조조정이다.

한국은 아시아 네 마리 용 중의 하나로 전 세계가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해외 언론들이 비아냥하듯 서서히 죽어가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될지, 다시 승천하는 용이 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무능한 정치와 부정부패 세력이 한국을 죽이고 있다.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e)
현대중공업 육상건조시설 한복판에 자리 잡은 골리앗 크레인의 별칭으로 '코쿰스 크레인(Kockums Crane)'이다. 높이 128m, 폭 164m, 인양능력 1천500t급(현대로 이전 후 개조공사를 거쳐 인양능력1천600t으로 향상) 자체중량 7560t으로 당시로는 세계최대의 크레인이었다.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며 내놓았고 그걸 2002년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사들였다. 현대중공업은 이 크레인을 해체, 선적, 설치, 개조, 시운전 하는데 총 220억원을 투입했다.

2002년 9월 25일 말뫼 주민들은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되어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아쉬워했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 했다.

이 크레인은 현대중공업의 울산 육상건조시설에 설치됐으며 2003년 하반기 부터 실가동에 들어가 현대중공업이 세계최초로 육상건조 공법을 성공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철거되는 700t 골리앗 크레인.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성동산업 마산조선소터에 남아 있던 700t 골리앗 크레인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산업 쇠퇴로 조선소 핵심실비인 성동조선 크레인은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 190억원이 나왔으나 국내에서 매입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가 헐값에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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