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경찰을 지원하는 공시생들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앞에서 일주일마다 실시되는 고정자리 배정을 위해 새벽부터 줄지어 앉아 있다.

잘못된 시험제도와 거기서 출발한 시험권력과 부패정치권력의 부작용 때문이다.
공부를 위해 살았던 사람 주희에게 슬픈 일은 후대에 발생했다.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반대해 과거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말라는 주자의 가르침은 거꾸로 흘렀다. 원나라 이래 주자의 <사서집주>(1182년에 '四書'라는 이름으로 처음 정립됨)는 과거시험 교재가 되었고 모든 학인들이 달달달 외우는 표준 답안지가 되었다.

관료가 되기 위한 공부인 관학(官學)은 딱딱한 죽은 학문이다.

그 딱딱한 죽은 학문인 과거시험(?)에 합격해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건재한 세상에서 죽을 때까지 진리의 등불을 좇는 것이 참된 공부라는 주자의 가르침은 살아날 수 없다?

시험권력 관학의 나라가 죽어야 국민과 나라가 산다.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우리나라(조선)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를 위한 우리나라가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우리나라(조선)의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우리나라가 된다.

우리나라에 예수가 들어오면 우리나라(조선)의 예수가 되지 못하고 예수를 위한 우리나라가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이것은 노예정신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 단재 신채호 -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