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특검에 출석하는 최순실을 향해 염병하네라는 욕설을 날린 환경미화원 임씨 아주머니가 화제다.

1월 2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대치동 D 빌딩 주차장에서 최순실씨가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소리치다가 임씨가 염병하네로 맞섰다.

주인공은 D 빌딩 여성 미화원인 임모씨다. 임씨는 세차례에 걸쳐 "염병하네!"라고 맞받아쳤다. 임씨는 빌딩관리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달 초부터 D 빌딩에 파견돼 청소 일을 해왔다.

아침 7시에 D 빌딩에 나와 오후 3시까지 일한다.
특검 사무실 3개 층과 언론사 취재진이 입주한 2개 층을 청소한다.

오늘날, ‘염병’은 흔하지도 않고, 또 걸리더라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다. 그렇다면 ‘염병할 놈(년)’이나 ‘염병할’이라는 욕은 그 기능을 상실할 만도 하다. 그러나 ‘염병할 놈(년)’은 특정인을 무섭게 저주하는 욕으로, ‘염병할’은 매우 못마땅함을 나타내는 욕으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욕의 생명은 그만큼 질긴 것이다.

우리말의 욕을 분류해보자
천시되고 무시당하는 대상을 이용한 욕(개새끼, 돼지새끼),모두가 경멸하는 행동을 이용한 욕(빌어먹을, 떡을할),참혹한 형벌을 이용한 욕(육시랄, 오사랄),욕을 받는 사람의 ‘어머니’를 이용한 욕(네미랄, 제미랄),
무시무시한 ‘병’을 이용한 욕 등 대단히 많다.

한국인은 욕의 민족이다.

(1)‘염병’은 가장 무서운 병, ‘염병할’은 가장 무서운 욕
(2)‘염병’은 ‘전염병’, ‘장티푸스’라는 뜻

‘염병(즉, 장티푸스)’

‘티푸스균’이 입을 통해 창자를 침범하여 발병한다. 대체로 1∼2주가 지나서야 증세가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몸이 피로하고 머리나 허리가 아프며 열이 나기 시작한다. 이후 고열(高熱)로 치달아 2∼3주일 계속된다. 여기에 설사까지 동반한다.

환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민간에서는 땀을 내면 낫는 병으로 알려져 오뉴월에도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쓰고 땀을 내느라 끙끙대곤 했다.

그래서 생긴 속담이 “염병에 땀을 못 낼 놈(염병을 앓으면서도 땀도 못 내고 죽을 놈)”이다. 염병을 앓고 나면 머리카락까지 모두 빠져 대머리가 된다. 그래서 “염병 치른 놈의 대머리 같다”라는 속담도 생겨났다.

예전에는 ‘염병’이 병을 앓는 ‘염병쟁이’의 목숨만 빼앗아간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의 목숨까지도 앗아갔다. 그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지금이야 좋은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어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취급되지만, 예전에는 염병이 한번 돌면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 아주 무서운 병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니 이 병이 혐오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다.

염병에 대한 혐오는 이 병을 가리키는 ‘염병’이라는 말까지 혐오하게 만들었다.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라는 상투적인 욕이나, ‘염병’을 이용한 ‘염병할 놈(년)’, ‘염병할’ 등과 같은 심한 욕이 생겨난 것만 보아도 ‘염병’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혐오하고 박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염병할’이라는 욕은 ‘염병할 놈(년)’이라는 욕에서 후행하는 ‘놈(년)’이 생략된 것이다. ‘염병할 놈(년)’의 ‘염병할’은 ‘염병을 할’이 줄어든 어형이다. 이렇게 보면 ‘염병할 놈(년)’은 ‘염병을 할 놈(년)’에서 변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염병을 할 놈(년)’ 즉 ‘염병할 놈(년)’은 ‘걸리면 곧 죽음인 염병이나 앓을 놈’이라는 뜻으로, 특정인을 몹시 미워하고 저주할 때 쓰는 욕이다. 그런데 이들에서 후행 요소 ‘놈(년)’이 생략된 ‘염병을 할’이나 ‘염병할’은 마음에 들지 않아 매우 못마땅함을 나타내는 넋두리성 욕이다. 후행 요소가 생략되면서 욕의 기능이 달라진 것이다.

비슷한 말로 ‘지랄’이 있다. 흔히 ‘간질’이라 부르는 ‘뇌전증’을 순 우리말로 ‘지랄병’이라 하는데, 발병하면 환자가 몸을 뒤집고 거품을 물며 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때문에 ‘지랄한다’는 ‘염병한다’와 유사하게 쓰였다.

염병 속담
“염병에 까마귀 소리" -불길하여 귀에 아주 거슬리는 소리
“염병에 땀을 못 낼 놈" -염병을 앓으면서도 땀도 못 내고 죽을 놈
“염병 치른 놈의 대머리 같다”-염병을 앓고 나면 머리카락까지 모두 빠져 대머리가 된다.

성경에서는 단순한 유행성 질병을 가리키기보다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의 한 결과물로서 주어지는 고통스럽고 치명적인 재앙을 의미한다(레 26:16, 25; 민 16:47-49; 시 78:50; 겔 28:23; 암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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