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핀란드(Finland)와한국은 비슷한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작은 나라라는 것, 식민지 국가로 슬픔이 있다. 러시아에 당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점은 한국보다 뛰어난 핀란드 교육, 핀란드 정치, 핀란드 정치인 등이 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국산 K-9 자주포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오랜 만에 무기시장에서 핀란드와 K-9 자주포 48문을 수출하는 191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핀란드는 우리에게 산타클로스와 자일리톨의 원료인 자작나무로 친숙한 동화 속 나라와 같은 곳이다.

반면 K-9 자주포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우리 해병대가 목숨을 내던지며 북한군 진지를 향해 대응사격을 퍼붓던 무기다.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은 핀란드는 왜 거친 대공화기의 대명사인 K-9 자주포가 필요한 것일까.

국제정치학 용어에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말이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자국의 이익을 내어주는 방식으로 생존한다는 의미다. 핀란드 국민들로서는 굴욕적 표현이다.

핀란드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1등 공신은 러시아다. 19세기 초까지 핀란드를 지배했던 스웨덴은 제정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하자 핀란드 영토를 내줬다. 이후 제정러시아의 간섭을 받아왔던 핀란드는 1917년 '2월 혁명'을 통해 독립국가로서의 역사를 열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차 세계대전을 포함해 러시아(구 소련)가 여러 차례 핀란드를 공격했고, 핀란드는 영토의 12%를 떼어내 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핀란드 대외정책은 철저하게 ‘러시아 눈치보기’로 흐른다.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외교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뒀고, 유럽권 러시아의 대항 전선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러시아로부터의 끊임없이 시달리며 얻어진 핀란드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다.

타르투 조약(Tarton rauha)

핀란드와 러시아 SFSR 사이에 체결된 조약으로, 4개월 간의 협상을 통하여 1920년 10월 14일에 체결되었다.

핀란드 내전 및 러시아령 동카렐리야 의용군 파병이 끝난 이후 협정이 체결되었으며, 핀란드와 러시아 사이의 국경을 확정하였다. 1920년 12월 31일 협정문을 교환하였으며, 국제 연맹의 조약 목록에 1921년 3월 5일 등록되었다.

이 조약으로 설정된 핀란드-러시아 국경은 과거 핀란드 대공국과 러시아 제국 사이의 국경을 따르며, 추가적으로 북극해의 부동항 펫사모가 할양되었다.

1864년 러시아의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카렐리야 지협과 펫사모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하였고,. 핀란드는 이에 동의하여 군사적으로 점령하였던 러시아령 동카렐리야의 레폴라 및 포라얘르비 지역의 점거를 해제하였다.

이 조약은 국경 이외 문제도 다루고 있으며, 소련 측이 핀란드의 상선이 라도가 호에서 네바 강을 따라 핀란드 만으로 항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마찬가지로 핀란드 측이 펫사모를 통하여 소련에서 노르웨이로 육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였다.

핀란드는 소련의 코틀린 섬 상의 크론슈타트와 마주하는 이노 지역의 해안포를 무장 해제하기로 하였으며, 이외 핀란드 만의 섬을 무장 해제하였다.

이 조약은 1921년 동카렐리야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핀란드 정부가 의용군 파병을 허용해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1939년 소련에서 겨울 전쟁을 시작하였을 때 파기되었다.

핀란드(Finland)

정식 명칭은 핀란드 공화국(Republic of Finland) 핀란드어로는 수오멘 타사발타(Suomen Tasavalta)며, 줄여서 수오미(Suomi)라 한다. 수도는 헬싱키(Helsinki)이고, 헬싱키의 인구는 56만 명이다. 핀란드는 1917년 12월 6일에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였다.

핀란드의 주요 도시 인구는 한국의 1개 구나 동 정도다. 에스포(Espoo: 인구 23만 1,000명), 탐페레(Tampere: 인구 20만 4,000명), 반타(Vantaa: 인구 18만 7,000명), 투르쿠(Turku: 17만 4,000명), 오울루(Oulu: 인구 12만 8,000명) 등이 있다.

핀란드의 국토 면적은 33만 8,145㎢로 한반도의 약 1.5배이며, 삼림이 국토의 69%를 차지하고, 호수가 국토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굴욕을 견뎌낸 핀란드가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지난해 10월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과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통해 러시아가 과거의 팽창야욕을 드러내자, 다시는 생존을 담보로 러시아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택한 고육책이었다.

핀란드가 한국산 무기 K-9 자주포를 수입한 것 또한 핀란드와 미국 간 군사협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손을 잡은 만큼 러시아의 핀란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더욱 커질 것이고, 핀란드 입장에서는 북유럽 지역에서 미국의 대 러시아 전략과 연계된 나름의 방어전력을 갖출 필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핀란드가 신호탄을 쏘면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또 다른 북유럽 국가인 에스토니아도 K-9 자주포 12문을 들여올 예정이다.

에스토니아는 냉전 당시 구 소련 통치 아래 있었다. 아울러 이웃나라 노르웨이와 덴마크도 K-9 자주포 도입을 저울질하는 등 우리가 마냥 평화로울 것으로만 생각하던 북유럽 지역에서 K-9 자주포 붐이 일고 있다.

‘핀란드화’라는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발판 삼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핀란드 정부와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의 첨단 자주포가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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