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4월 16일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백악관의 한 외교정책 참모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완료와 관련해 “차기 한국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한 것은 ‘사드의 조속한 배치가 한·미 양국의 공동 입장’이라는 말이 그동안의 기조와 조금 결이 다른 것이하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월말 롯데와 부지교환 계약을 맺어 성주 골프장을 확보하자 사드 배치를 서둘러왔다. 국방부는 롯데와의 부지교환 계약이 롯데 쪽의 망설임으로 예상보다 늦어지자,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 대행 업체도 미리 선정해 사전 조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3월에는 사드의 발사차량 2대가 포함된 부품 일부를 오산 공군기지로 미리 들여온 뒤 이를 전격 공개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던 상황이어서, 이런 행보는 향후 정권의 향배와 무관하게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대못 박기’라는 평가도 받았다.

정부는 실제 사드 배치를 가능한 한 “신속히”,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사드 배치 여부를 5월9일 대선으로 출범하는 정부에 넘기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국가 안보 사안은 국내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거부해왔다.

이런 맥락에 비춰 이번 발언은 사드 배치 완료를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해석돼, 실제 미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책 변화를 시도하려는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펜스 미국 부통령 쪽은 논란이 일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책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따로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공동 입장”이라며 단속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러 채널을 통해서 확인해본 결과 기조 결정에 변화가 없다. 사드를 차질없이 조속히 배치한다는 입장 그대로다”라고 해명했다. 현재 사드 배치 절차와 관련해 한·미는 부지공여 절차를 협의 중이다.

이 절차는 이르면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부지 기본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부지공사 등을 거쳐야 한다. 국방부 당국자는 “물리적으로 5월9일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할 수 없는 일정이다. 문제의 발언은 이런 사정을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으면 당연히 먼저 우리와 협의할 텐데 그런 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미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유연하게 처리하겠다는 여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여전히 나온다.

최근 중국이 큰 틀에서 미국에 협조적이니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의 영역으로 남겨놓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중국이 큰 틀에서 (미국에) 협조적이니 (사드) 이미 갖다 놓은 것은 갖다 놓은 것이고, (앞으로 대선 전에) 더 갖다 놓거나 하지는 않고 협의의 영역으로 남겨 두겠다는 의중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이 경우 이르면 5~6월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던 사드 배치 시기는 미-중 관계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따라 상당 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캠프의 외교안보팀장인 서훈 전 국가정보원 차장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 오면서 의도성이 있는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발언의 진의에 관심을 보였다. 한 중국 매체 언론인은 “새 대통령이 취임해도 미국의 사드 배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했다. 반면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 결과, 북핵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공동인식이 생겼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결국 사드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거래물이다.한국은 구한말 미국과 일본의 거래대상이었다.

시진핑의 중국은 일반 중국인이 사드 등 이슈에 대해 중화민족주의 감정을 거칠게 토해내는 것이 공산당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빈부 격차, 환경오염 등으로 비등하는 분노가 공산당 대신 한국이나 일본 쪽으로 분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DNA에 박힌 '대국(大國)주의'는 "주변국에 분노하라"는 공산당의 선전·선동이 쉽게 먹혀드는 토양이다.
한국을 '조공을 바쳤거나 바치려던 소국이 감히 대국에 대드느냐'는 심리가 어른거린다. 대국이던 옛 기억에 사로잡힌 중국인 사고의 경직성이다.

미국도 도와주던 구걸하던 한국을 생각할 것이다. 트럼프도 임기 초반에 인기 만회를 한국을 지렛대로 삼는 모양새다.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리더로 계속 가겠다는 미국이나 틈을 타 '글로벌 리더'가 되려고 나 걸핏하면 힘으로 깡패짓을 하며 주변국을 억누르는 경직된 중국이나 우리는 모두 도둑놈으로 보인다.

스스로 힘이 없으면 자신을 지킬 수가 없다.
인의(仁義)를 가볍게 여기고 힘으로 이익만 꾀하는 것이 패도(覇道)다.

시진핑 주석 2015년 9월 유엔 연설"패도는 결국 돌을 옮겨 자신의 발을 찍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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