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기자 = 이번 선거는 안보선거며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의 감정 싸움이 돼가고 있다.

송민순 회고록 내용 중 가장 핵심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 대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의견을 물은 후 결의안 기권을 결정했는가"라는 의문에 송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그렇다고 주장한 것이 19대 대선 토론에서 그 진위 여부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송민순은 2016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노무현 정부 수뇌부가 제62차 유엔 총회 대북 인권 결의안(유엔 총회 결의 62/167)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투표 방침을 당사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측에 사전 문의 후 결정하였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송민순은 2007년 11월 18일 관계 장관 회의에서 북측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정한 후 북측에 의사를 물었고, 20일에 북측의 반대 의사를 확인하고 기권 입장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우리가 기권을 했을 경우 북한이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 국정원이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자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문재인 후보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내통' '반역' 등의 표현과 함께 비난받아 왔다.

그런 와중에 송 전 장관이 “청와대에서 만든 메모”라며 반박 문건을 공개해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송 전 장관은 2016년 10월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이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북한에 반응을 알아보자” 말했다고 강조해 논란이 됐다.

송민순 전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최근 JTBC 등에서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게 확인됐다’고 말해 나는 거짓말을 한 게 됐다”며 “그러니 내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문 후보는 2017년 4월 19일 2차 대선TV토론에서도 “국정원이 북한에 직접 물어봤다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해외 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봤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당시 북한 측에 ‘우리(남한)가 인권결의에 어떤 입장이든, 현재 너무 좋은 남북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낸 일은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말할 수 없다. 노 코멘트”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문 후보는 당시 이 문제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공연히 안보장사에 휘말려 고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빙하는 움직인다: 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은 30여년간 국제정치 무대를 누비며 2005년 9·19공동성명을 이끌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외교부장관을 역임한 전 외교부장관 송민순의 외교회고록이다.

분단 역사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늘 북한 핵이라는 암초에 걸려 넘어지고, 그 밑에는 빙하처럼 얼어붙은 한반도 냉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오랜 대내외적 현실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장전(章典)으로 불리는 9·19공동성명의 합의와 이행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 외교가 어떻게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미래를 움직이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 그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의 기억과 기록은 1976년 판문점 도끼사건부터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4차 6자회담,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 같은 굵직한 계기를 징검다리 삼아 경수로, BDA 제재, 군사작전권 회수, 사드(THAAD) 배치, 소고기 협상 등 중요한 외교 쟁점을 폭넓게 아우른다.

그러나 시선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한곳을 끈질기게 좇는다.

특히 4차 6자회담에서 도출된 9·19공동성명은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중지를 모아 한반도의 단계적 비핵화를 전세계에 공표한 협약이었다.

저자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나 남북한이 주체가 되어 주변국의 동참을 유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본다. “남이 써주던 우리 역사를 우리 손으로 쓰고 있다”는 자신감이야말로 9·19공동성명이 한국 외교사에 가져다준 성취다.

한편 이 책은 외교관이자 공직자인 개인의 회고록으로서 자신의 할 일과 나아갈 길을 분명히 아는 프로페셔널리즘의 빛나는 순간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노무현, 반기문, 조지 W. 부시, 콘돌리자 라이스와의 일화를 비롯해 협상 공간과 사석에서 마주친 외교전문가들에 대한 스케치는 역사적 현장의 생생함을 더한다. 전례를 찾기 힘든, 한반도 외교의 교과서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송민순(宋旻淳1948년 7월 28일 ~ )
학력
마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주요 경력
1975.05 : 제9회 외무고시 합격
1975.09 : 외무부 입부(독일·인도·미국·싱가포르 대사관)
1989.07 : 외무부 안보과장
1991.02 : 외무부 북미과장
1994 : 미국 하버드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1997.08 : 대통령비서실 국제안보비서관·외교통상비서관
1999.07 :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2001.05 : 주폴란드공화국 특명전권대사
2004.08 : 외교통상부 기획관리실장
2005.01 : 외교통상부 차관보
2006.01 :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
2006.11 : 외교통상부 장관
서훈
1991.09 : 근정포장
2003.09 : 폴란드 공로십자훈장
2008.06 : 청조근정훈장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1975년 외교부에 들어가 33년간 주로 국가안보와 통일외교 업무를 맡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의 수석대표로서 2005년 9ㆍ19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역할을 했고, 1999년 제네바 4자 평화회담 대표로 참가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방위비 분담협정 체결, 한ㆍ미 미사일 합의 개정을 통해 한ㆍ미동맹을 미래형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1979년 동서 분단의 현장이었던 서베를린 부영사로 시작해 인도, 미국, 싱가포르 대사관을 거쳐 강대국 정치 수난의 역사를 지닌 폴란드 주재 대사를 지냈다. 외교부 안보과장, 북미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보로 일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국제안보 비서관,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실장을 거쳐 제34대 외교통상부장관을 역임했다. 제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낸 후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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