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새 정부 출범 후 예고한 제도 개혁과 별개로 공직 기강 확립과 인적 쇄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이 지시가 최순실 게이트 수사팀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국장이 준 격려금의 출처와 서울중앙지검장의 위법 여부가 감찰의 핵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구속기소하며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 지검장을 비롯해 수사팀 간부들까지 모두 감찰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수사팀 간부들에게 지급한 돈의 출처가 핵심 조사 대상이다. 수사·정보 활동에 사용하는 특수활동비를 '수사팀 격려' 명목으로 지급했는지가 초점이 될 전망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부분도 주요 감찰 사안이다.

새 정부들어 대규모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는데 검찰 간부들이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다.

더구나 이영렬 지검장이 상급 기관인 법무부 간부들에게 돈을 준 것이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지 따져봐야한다. 이 지검장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태근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와 관련해 조사 필요성이 거론됐던 인물이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결과 발표 나흘 뒤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 전 수석 수사에 대한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될 전망이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를 하는 정부 부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드는 비용을 말한다.
특수활동비가 왜 필요한가?

투명하게 돈을 받고 사용하고 영수증을 처리하면 될 일을 왜 비밀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가. 권력기관의 병폐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은 전정권부터의 관행이란 미명하에 그대로 따르고, 자기들에게 좋지 않은 것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특수활동비 1조는 국민 입장에서는 완전 도둑놈 자금이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방법, 시기 등은 각 관서에서 업무특성을 감안해 집행토록 돼 있다. 현금 사용을 자제하고, 단순한 계도·단속이나 비밀을 요하지 않는 수사·조사활동에는 집행을 삼가라는 지침도 있다.

하지만 모든 특수활동비가 증빙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지침을 보면 ‘불가피하게 현금 사용 시에도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집행내용 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게끔 돼 있다. 예산 의결 과정도 비공개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소위는 특수활동비 관련 심사를 진행하기 직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해 속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특수활동비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했다.
작년에 검찰부서인 법무부에 배정된 자금은 287억원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법무부에는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287억원이 배정됐고 대부분은 검찰이 사용했다. 검찰은 각 지검장이 부서마다 필요한 특수활동비를 할당하고 배정한다. 특수부처럼 인지수사를 주로 하는 부서에 배정되는 비중이 크다.

특수활동비는 ‘눈먼 돈’으로 불린다.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집행과 관련한 서류는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따른다. 이 지침에 따르면 집행 후 사유, 지급일, 목적, 상대방, 지급액 등을 명시한 공무원의 영수증서로 지출증명을 대신할 수 있다.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데 따른 장점도 있다.
검찰이나 국가정보원의 경우 돈의 흐름이 곧 정보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보안 유지와 수사 효율 차원에서 구체적 용처를 묻지 않는 관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격려금’ 형태로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차제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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