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두드려 패는 식의 재벌 개혁은 안하겠다.
20년간 동지, 정부·정치 권력 경제 권력 통제 부정적
경제개혁연대, 시대 변화 맞게 점진적 개혁 추진
참여정부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 실패 넘어서야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것이다.”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재벌 해체란 말을 꺼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전격 기용되면서 재벌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득불평등 해소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재벌개혁운동에 앞장서온 쌍두마차다.

▲장하성 정책실장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인물로, 재계는 그의 발탁에 긴장하고 있다.

장 실장은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대표적인 ‘사회참여형’ 지식인으로 손꼽힌다.

시민사회단체를 이끌며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를 비판하고 소액주주를 모아 재벌 대기업 주주총회에 참석해 경영진과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1999년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해 계열사 간 부당거래 문제를 집중 공격하며 13시간30분의 ‘마라톤 주총’을 이끌었다. 2006년에는 ‘장하성 펀드’로 불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주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재벌의 힘은 더 강해졌고, 아직도 정경유착이라는 세상이 변하기 참 어려운 것 같다”며 “세월이 흐른다고 세상이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 강한 개혁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명문 집안
친누나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
삼촌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
진보경제학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장 실장 사촌 동생

참여연대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막역한 관계로 알려졌다.

장 실장은 재벌개혁을 넘어 사회양극화, 복지, 노동시장 등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도 직시해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소득분배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성장, 국민성장을 함께 추진할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

장 실장은 앞으로 경제팀을 막후에서 이끌면서 한국 사회의 분배 개선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재벌개혁과 공정거래질서 바로잡기가 예고되고 있다. 김상조 후보자와 함께 재벌 논리를 두둔하는 정부 내 관료들을 견제하는 역할도 예상된다.

"재벌개혁이란 새로운 중소기업 성공신화들이 등장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재벌에만 인위적이고, 강제적 조치를 취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김상조 장하성 두 사람이 일방적으로 경제 민주화 법안을 밀어 붙이고 과도한 규제를 초반 부터 만들기 보다는 현행 법률 내에서 추진할 정책을 선택하면서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 보다는 현행 법률을 실효성 있게 보완하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재벌 개혁 법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국회 통과가 필수적인데, 국회 통과가 녹록지 않다. 재벌 개혁 범위도 4대 그룹에 집중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김 내정자는 “4대 그룹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이 활동한 경제개혁연대의 지난 20년간 행보를 봐도 ‘속도 조절론’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개혁연대는 재벌개혁을 더욱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소액주주운동을 했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계를 느끼자 기관 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방안을 제기했다.

이후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의 기업 지배 구조가 문제가 생기자 일감몰아주기 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기업 단위에서 기업 집단 단위로 규제하는 기업집단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 단계씩 재벌 개혁 과제를 넓혀간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의 개혁 전략은 현실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조금씩 축적해 변화를 일으키고, 이를 통해 다시는 과거로 회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진적 방식이라는 평가가 있다.

두 사람에게는 참여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아야 할 과제가 있다.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재벌의 잘못된 경영 행위를 바로 잡고, 동시에 국회와 관료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생각 보다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정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범한 참여 정부도 초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 멤버로 재벌문제와 부패문제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시민운동을 병행한 재벌개혁론자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고, 진보 성향의 학자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도 의욕적으로 추진했었다.
그러나 참여 정부는 결국 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출차총액제한을 오히려 완화하는 등 재벌 개혁에 실패했다. 자칫하면 두 사람도 재벌 개혁의 상징성을 가진 인물들의 정책 참여라는 ‘상징성’만 가진채 실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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