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전형적으로 남성적인 일을 선호하는 사람만이 마초는 아니야. 물론 그런 뜻이 배제되는 건 아니지만.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여성을 지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마초라 하지. 전통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부여된 역할을 따르는 게 얼마나 비일비재하니? 나 자신도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긴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린 주어진 역할 에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못할 때가 많아. 마초적인 남성의 특징이라는 게 그 경계가 견고하지 않아 미묘하다고 볼 수 있어. - 클레망틴 오탱의 <페미니스트, 마초를 말하다 우리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중 p.9-10

사실 여성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그 당시 여성은 법적으로 미성년자로 간주되었어. 까마득히 먼 역사 시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겨우 100년 정도 되었지. 중세 시대에는 여성에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여성에 대한 억압은, 전 세계 어느 곳 할 것 없이 그 형태와 정도만 다를 뿐 변함없이 나타나고 있어. 인류의 역사에서 20세기 들어 진정한 혁명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아. 남성이 여성을 지배해온 2000년 역사가 순식간에 양성 평등의 길로 들어섰다고는 보기 힘들지.- p.43

프랑스에서는 1967년에 피임 자율화가, 1975년에 낙태가 허용됨으로써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돼.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할당되어온 생식 기능을 위해 집안에 머물러 있기를 요구받았던 상태로부터 해방된 거야. 자신의 출산을 선택할 수 있고, 출산을 위한 성과 섹슈얼리티를 분리하게 된 것은 얼마나 혁명적인 일인지 몰라! 1968년의 의미가 진가를 발휘하는 지점이라 볼 수 있지- p.51-52

그중 나를 웃기게 만든 대목은 1970년 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실제로 목에 작은 가위를 걸고 다니면서, “너희들의 불알을 잘라 버리겠어”라는 암시를 내 비쳤다는 거야. 물론 실제로 한 번도 자른 적은 없어! 사람들의 오해는 대부분 페미니스트들이 차용한 도구나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지. 사람들의 오해는 페미니스트들이 차용한 도구나 어법 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광장에서 행주나 브래지어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너무 엄숙하고 비장하게 볼 필요는 없어. 단지 조금 새로운 재기 발랄한 방식으로 기성 질서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 p.103-104

‘여성은 출산을 담당하고, 출산과 관련 된 업무만 하도록 한정시켜야 할까? 자 연 상태와 생물학적 흐름에 부합하려면 여성은 낙태를 할 권리, 피임을 할 권리 를 갖지 못했을 거야. 이런 권리를 법으 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인간의 지표 가 자연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원칙이 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 p.111

끝끝내 승리를 얻어내고 막 기쁨을 나누던 시절보다 여성해방을 위한 지금의 투쟁은 훨씬 희미하고 지난해 보일 수도 있지. 어느 날 갑자기 성차별주의를 폐지시킬 수 있는 마법의 열쇠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중요해. 확고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저마다 목소리를 낸다면 마초이즘은 사라지겠지!- p.129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과 전문성 논란을 딛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 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탄생은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깨는 기념비적 사건이 됐다.

하지만, 한국의 82년생 김지영들은 여전히 성희롱적 언행을 일삼고, 틈만 나면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여기고, 돼지 발정제를 자랑 삼아 떠들고, 집안일은 으레 여성 몫이라고 생각하는 마초들에게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널려 있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외교부 장관의 탄생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갖느냐?

여성의 손길이 닿을 때 문명은 빛을 발하고, 사회는 발전한다. 남자들이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솔직하고 겸허하게 인정하고, 가정·학교·직장에서부터 양성평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할 때 한국 사회는 비로소 후진성을 벗고 선진 문명권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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