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백 농민 사망 관련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유가족을 대표해 발언한 백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이 청장의 지난 16일 사과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씨는 이 청장의 사과에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빠져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찰의 백 농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먼저 분명히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입장 발표에 앞서 백씨는 “지켜봐주시고 자기 일처럼 마음아파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유가족은 사망의 종류가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된 백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서울대병원에서 새로 발급받았다.

<백도라지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유가족 입장 전문>
안녕하십니까. 백남기 농민 큰딸 백도라지입니다.

대체 기자회견을 몇 번째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약간씩 사건 해결을 위해 선행되어야하는 숙제들이 하나씩 풀려가고 있어서 안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켜봐주시고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십대 국정과제로 꼽아주신 대통령님과 새정부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사망진단서를 정정해주신 서울대병원에도 감사드립니다. 서울대병원 개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하니 쉬운 일 아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일들 그리고 앞으로 해결돼야 하는 일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3월 말에 담당 검사님 면담을 했을 때 ‘수사에 상당히 진척이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6월 중순이 다 지나간 시점에 아직도 살인범들 기소가 안되고 있습니다. 사인도 정정된 마당에 더이상 미룰 필요가 없습니다. 살인범 기소를 촉구합니다.

경찰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은데…. 지난 금요일에 이철성 청장이 ‘원격 사과’를 했습니다.
세상 천지에 사과를 받을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데 사과를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구요. 그리고 사과를 하려면 당사자를 찾아와서 해야지, 자기네 사무실에서 사과를 발표하는 것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게 다른 일도 아니고 본인들에 의해서 세상을 떠나신 분에게 하는 사과입니다.
사과를 하려거든 이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을 하고 예의와 법도라는 것을 좀 지켜주십시오.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과를 하려는 건지, 이철성 청장 개인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서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과를 받을 사람이 상상도 못하는 방식으로 사과라고 주장하는 행위를 했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심을 피하려거든 사과는 그렇게 해선 안됩니다.

어제 경찰청 청장 기자간담회에서 이철청 청장이 ‘유족들이 그렇게 반응하시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걸 아는 사람이 그렇게 원격 사과를 강행했다는 게 더 황당합니다.

국가 기관의 수장으로서 품위와 체통을 지켜 정정 사과하십시오.
이철성 청장이 했다는 사과의 내용이라는 것이 더욱 가관입니다.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를 언급하면서 ‘민주화 운동 과정서 희생되신 분’이란 표현을 썼는데 말은 바로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 고문과 살인적인 시위 진압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짚고 제대로 사과십시오.

저희 아버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철성 청장은 지난 금요일 “돌아가신 것을 애도하고 사과한다”라고만 하셨습니다.

무엇을 잘못했기때문에 사과하는지는 빠져있습니다.

‘살인적인 시위 진압, 살인적인 직사 살수에 의해 돌아가셨다’ 인정하고 사과하십시오.
또한 경찰들 몇천 명을 데리고 와서 병원을 둘러싸고 의료진과 환자들, 환자 보호자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 부검을 시도해서 한달이 넘게 장례도 못 치르도록 우리 가족을 괴롭혔던 것, 시민들께 걱정시킨 것, 법에 없는 권력을 행사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 없는 불안감을 준 것 모두 사과하십시오.

또한 지금까지 벌여왔던 다른 폭력적인 행위들, 용산, 밀양, 강정 등 다른 시위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십시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법적인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사과를 안 하겠다고 밝혀놓고, 며칠만에 왜 태도를 바꿨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해명하고 사과에 왜 1년7개월이나 걸렸는지도 해명하십시오.
재작년에 저희가 ‘도의적인 사과라도 하라’고 했는데도 외면했던 것 해명하십시오.

저희가 고소한 7명, 강신명, 구은수, 신윤균, 한석진, 최윤석 및 이름을 아직 모르는 2명의 경찰관들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징계할지 밝히십시오.
그리고 당시 내부적으로 작성한 청문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법원과 검찰에 제출하십시오.

이철성 청장이 보성 집에 찾아와서 사과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또 일방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들이미는 것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정 오려거든 강신명 전 청장과 함께 오십시오.

그리고 ‘일반 집회 현장에는 살수차를 배치 않겠다’라고 했는데, 본인들이 무슨 권리로 일반 집회와 일반이 아닌 집회를 가리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왕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직사 살수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은 명문화하기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의 시위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시민들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호할지 계획을 밝히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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