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세종=청주일보】 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이동석
【충북·세종=청주일보】충북남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이동석 = 녹음이 짙어져 싱그러움이 더해지는 계절에 6월이 다가오면 우리 국민만이 느끼는 비애.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키시다 산화하신 호국영령들의 넋을 추모하고 그 유족과 자녀들을 위로해 드리기 위한 현충일 행사를 비롯하여 각종 행사가 열린다.

올해 들어 첫 행사로 전쟁터에서 국군들이 먹었던 주먹밥 만들기를 어린 유치원생들과 함께하여 시민들과 나누어 먹었다. 전쟁에 참여 하셨던 할아버지께 손녀가 드리는 편지를 읽는 순서에서는 참석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전쟁!

그 참혹했던 때를 상기하면서 어느 노병께서는 절규하듯이 말한다. 다시는 그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앞서 싸우다 쓰러진 전우의 시신을 밟아가면서 전진해야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리다 끝내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넉넉함은 그 어르신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헌신의 덕분이다.

보훈처에서는 그분들의 노후를 다소나마 돕기 위한 일환으로 보비스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맟춤형 서비스, 개개인 여건에 따라서 건강관리(혈압체크와 혈당체크는 새롭게 발견되어 치료를 받기도하고) 각종 물리치료, 문서수발이나 은행심부름, 복약설명, 시장 봐 드리기, 반찬 만들기, 비싼 전화기 구입이나 적당치 않은 조건에 결합되어 부당하다고 하실 때는 이해되시지 않아서 애를 먹기도 했다.

또, 거동이 어려운 분께 이.미용 서비스, 두꺼워진 발톱 때문에 구두를 신지 못해서 따뜻한 물에 불려서 깍아 드린적도 있고, 병원에 모시고 다녀 오기도하고, 외로움이 크신 분들께는 밖에 모시고 나가서 외식을 하기도 한다.

자녀들과 함께 지내기 싫어서 혼자 사시는 할아버님을 처음 찿아 갔을 때가 겨울이었는데, 난방도 하지 않고 두꺼운 이불을 쓰시고 얼굴만 내 놓으시고는 문 열려 있다고 하시며 눈길도 주시지 않으셨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이런 모멸감을 느끼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잠깐, 오기가 발동했다.

어떻게든 할아버님께 다가가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여쭤 보기도하고 대답이 없으시면 묵묵히 일하기를 여러날... 아침에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싸가서 아침밥상을 차려드리고, 사다 놓으신 식재료로 반찬이나 찌개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식성도 알게 되어 얼큰하고 짭쪼롬하게 해야만 좋아 하신다. 때로는 사러가시는 고기 집에 가시자고하면 무조건 가야한다.

막걸리를 아주 좋아하셔서 아침부터 고기를 구어서 드신다기에 조금만 주시라고해서 건배... 그런 과정을 자녀분과 소통하고 이해시키며, 지금은 방문하면 뭐라도 챙겨 주시려 하시고, 한 번도 방문하는 날을 잊지 않으신다.

어느 할머님은 담그신 김치를 선뜻 내주시면서, 힘들고 시간도 없을테니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고 하신다. 방문하는 시간에 맟춰서 고구마나 감자 등을 따끈하게 내주시니, 어려움과 정겨움이 합쳐져서 십여년이 넘도록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생활환경도 열악하시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도 많으니, 국가와 사회가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 힘을 모아 도와드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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