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아! 할아비가 밥상 차려 놨다... 어서 오거라

▲ 【충북·세종=청주일보】‘할빠’들이 요리 중박수은 기자
【충북·세종=청주일보】박수은 기자 = 올갱이 국밥, 생선국수 등 향토음식이 즐비한 고장 충북 옥천의 여성회관 지하 조리실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맛있고 행복한 냄새가 솔솔 피어난다.

앞치마를 둘러메고 요리사 모자를 눌러 쓴 소위 ‘할빠’들이 모여 손자, 손녀 등 가족을 위한 맛있는 요리 배우기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할빠’는 아빠처럼 손주를 돌보며 양육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할아버지를 일컫는 신조어(할아버지 + 아빠)다.

옥천군평생학습원(원장 김성원)이 이런 ‘할빠’들을 대상으로 올해 4월부터 추진 중인 ‘할빠는 요리사’ 프로그램이 10회 차를 넘어서며 절정에 올랐다.

‘할빠’들은 지난 4월 오니기리(주먹밥), 오뎅우동 등 기본적인 일식 배우기를 시작으로 5월에는 베이컨버섯파스타, 렌치 샐러드 등 이탈리아 음식 요리법을 익혔다.

이달의 주제는 가족과 함께하는 파티 음식과 간단한 피크닉 요리다.

여름 휴가철 제대로 한 번 솜씨를 뽐내기 위해 30명의 ‘할빠’ 이마에 구슬땀이 흐른다.

군 평생학습원은 올해 충북도 평생교육 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1000만원 중 50%를 지원받아 총 15회 과정으로 이번 요리 수업을 개설했다.

참여자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50~60대 남성으로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에 이른 이들에게 요리를 통해 가족과 화합하고 가정 내 역할을 찾도록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서덕원(64세, 옥천읍)씨는 “요리수업을 통해 가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며 “이젠 우리집 요리사”라 자칭했다.

또, “앞으로 생선국수, 올갱이 국밥 등 옥천 지역 향토음식을 배워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맛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할빠는 요리사’는 내달 19일까지 계속된다. 마지막 수업은 지역 내 복지시설 영실애육원을 찾아 그동안 갈고닦은 요리솜씨를 아이들에게 뽐낼 참이다.

김성원 원장은 “은퇴는 곧 새로운 시작” 이라며 “평생교육을 통해 노년의 삶이 보다 행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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