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세상은 칭찬보다 비난이 좋은 말보다 욕이 더 발전한다. 다른 나라나 지역 사람을 낮춰 부르는 표현은 어느 사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표현들은 통상 인접한 지역이나, 국경을 접한 이웃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발달한다.

한국말에도 주변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비하하는 말이 적지 않다. 수천 년 동안 누적된 갈등이 언어에 반영된 것이다.

왜·말갈·오랑캐·되·양이 주변 나라·겨레를 일컫던 말들이다. 남만인·미로랑·회자·대비달자·로스케 들도 있다.

우리 겨레는 피와 지역·언어·역사적 내림에서 단일성이 강하다. 반면, 20세기를 지나며 재외동포가 600만~700만이나 되어 세계성과 개방의식이 드높음을 들추기도 하는데, 전날보다 외국인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부드러워지긴 했다.

사람을 싸잡아 부를 때 나라·지방 따위에 ‘사람·인·족·겨레’들을 붙여 미국사람·서양인·티베트족·팔레스타인인처럼 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사람 대접이 개중 나은 성싶은데, 말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영어공부에 한사코 애쓰면서도 양키·양놈·양코배기·양돼지라고 얕잡는다. 일본사람을 두고선 왜구·쪽발이·게다짝·섬놈·왜놈 들이 쓰였고, 18세기 이후 러시아인을 대비달자·코쟁이·로스케·백곰으로 일컫기도 했다.

호로·회자·호자·회회아비는 고려 이전부터 쓴 말이다.흑인·백인, 인도지, 검둥이·흰둥이·황인종·홍인·누렁이·토인으로 가르기도 하는데, ‘살색·살빛’이란 말조차 인종 차별 냄새가 나니 쓰지 말자는 지나친 반성도 있다.

‘오랑캐’는 전날 숙신·읍루·말갈·여진 쪽 지칭이었으나, 이후 침략자를 두루 일컫는 말이 되었고, 중국인은 대체로 한족·화족을 이르는데, 짱꼴라·장궤·짱깨·왕서방·되 …들로 부르기도 한다. 나라이름 뒤에 ‘놈’붙여 말하는 경우는 썩 일반적이다. 개중엔 일제·한국전쟁 전후에 생긴 말들도 많다.


▲양키(영어: Yankee)는 여러 뜻이 있다.

보통 미국 시민 가운데 미국 북동부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남아메리카와 동아시아에서의 '양키'는 반미 감정을 담은 욕으로 쓰인다.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뉴암스테르담(지금의 뉴욕)에 사는 네덜란드인들이 자주 쓰는 네덜란드어 이름인 '얀(Jan)'과 '키스(Kees)'를 합쳐서 부르던 말을 영국인들이 경멸적인 말로 부르던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편 영어라는 뜻의 '잉글리시(English)'를 인디언들이 '옝기스'라는 발음으로 부르다가 '양키스'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양키 두들〉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는 미국 독립 전쟁 때 콩코드 전투 이후 영국군이 미국을 조롱하기 위해서 지어낸 곡이지만, 미국이 승리한 뒤 유명해졌다.

미국 안에서는 뉴잉글랜드 지방의 엄격하고 검소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데에 쓰인다. 이런 뜻으로는 미국 어디에서나 통한다.

아직도 미국 남부에서는 노예제에 반대했던 메이슨-딕슨 선 북쪽의 주를 조롱하는 말로 쓴다. 하지만 2000년과 2004년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메릴랜드 주와 델라웨어 주도 포함하는 말로 바뀌어, 정치적인 성향을 구분짓는 말로 쓰이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20세기 이후로는 뉴욕 양키스와 양키스의 팬을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미국 외의 나라에서는 지역마다 그 쓰임이 다르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는 양키와 양크(Yank)는 미국인을 부르는 구어체 말로 쓰인다. 남아메리카와 동아시아에서의 '양키'는 반미 감정을 담은 욕으로 쓰인다.

일본에서의 '얀키(ヤンキ―)'는 나이든 세대들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젊은이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쓰고, 미국인을 뜻하는 속어는 '아메코(アメコ―)'이다.

▲장깨
중국인을 낮춰 부르는 속어로 ‘짱깨’란 말이 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 진출한 중국 식당 주인을 일컫던 ‘장구이’가 변형됐다는 해석이 있다. 원래 이 말은 전장(錢莊)의 우두머리를 나타내는 장궤(掌櫃)에서 유래했다.

‘돈이 머무는 곳’쯤으로 풀이될 만한 전장은 송나라 시절 양쯔강 남쪽 지방에서 처음 등장한 조직이다. 오늘날의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거나 돈을 맡아 보관해주는 일을 했다.

전장의 우두머리 옆에는 항상 손금고가 놓여 있었다고 하는데, 그 손금고가 바로 장궤다. 전장의 우두머리가 쥐고 있던 손금고가 우두머리 자체를 부르는 말로 변했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중국 식당 주인을 지칭하는 말에 이른 셈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은행의 기원을 17세기 초 영국 사회에서 찾는 편이다. 찰스 1세의 폭정에 시달리던 부유한 런던 상인들이 원래 런던탑에 보관하던 자신들의 금화를 금고를 갖춘 금세공업자(골드스미스)에게 옮긴 데서부터 은행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상인들은 상거래를 하며 무거운 금화를 직접 주고받는 대신 금세공업자를 찾아가 금화로 돌려받을 수 있는 인출증을 교환했고, 금세공업자들은 상인이 맡긴 예금을 토대로 대출 업무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해석엔 경제학이란 학문이 태어난 고장인 영국 사회 중심적 사고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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