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4대강 재정낭비 잊었나
(2)정부, SOC사업 예타 실시 기준 ‘사업비 500억→1000억 이상’ 추진
(3)예비타당성 조사 기준 완화는 안된다.
(4)국회의원 등 선심성 사업 난립 우려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문제
(5)정부 ‘SOC지출 절감’ 기조와도 배치
(6)전문가 “기준 오히려 강화해야”

4대강 사업 중 자전거도로(4개 구간)는 총 건설비가 1400억원도 넘었다. 국가재정법 38조에 따라 사업비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경제성 등 사업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지역별로 나누는 바람에 개별 사업비가 653억원이었던 낙동강 구간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다.

한강ㆍ금강ㆍ영산강의 자전거도로는 ‘사업 쪼개기 편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간 셈이다.

정부가 도로나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을 완화하기로 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SOC 사업에 한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실시 기준을 현재의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타는 그 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의해 실시됐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총 782건 중 509건(65%)만 예타를 통과했다. 국고 낭비를 예방하는 순기능이 컸던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18년 간 사업비 기준이 500억원으로 유지되고 있어 4배 가까이 증가한 국가재정 규모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지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사업임에도 ‘예선전’에 해당하는 예타에서 탈락, 사업 자체를 착수조차 할 수 없는 데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현 기준의 2배로 예타 대상 기준을 상향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500억원 기준 탓에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동안 일부 지자체는 500억원 기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업비를 500억원 밑으로 줄이거나 여러 사업으로 쪼개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더구나 인프라 수준이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혈세를 낭비할 선심성 사업만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SOC 총예산을 억제한다 해도 예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지역 사업들이 난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OC에 나랏돈을 쓰기 쉬워지는 것은 ‘사람 중심 경제’에 재정을 집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새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SOC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지출을 대폭 절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선 기준을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조원 규모의 4대강 사업 중 일부도 국가재정법상 면제 요건에 해당돼 예타를 받지 않았다.

면제 조항을 최소로 줄이고 예타 대상을 더 늘리는 게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인데 정부가 왜 거꾸로 가고 있는 지 모르겠다. 일정 금액에서 무 자르듯 기준을 나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고를 낭비하고 있는 사업들의 평균 사업 규모를 측정해 기준을 정하는 등 제도에 탄력성을 더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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