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대통령은 일정 밝히고 국내에 머물고 의원들은 ‘몰래’ 해외 발길 한창인 휴가시즌이다.

국민생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의원은 안 돌아와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잘만 돌아온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지 떠나서도 입과 손은 쉬지 않는다. 어떤 데표는 시로, 어떤 대표는 페이스북 막말로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내고 있다.

유럽 정치권도 8월을 전후해 일제히 휴가에 들어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3주간 이탈리아 휴가에 나섰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8월을 통째로 쉬고, 유럽의회도 9월까지 문을 닫는다.

이들은 제대로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유럽판은 올해 정치인들의 휴가를 엉망으로 만들 ‘폭탄’이 산재해 있다며 올해 8월 유럽을 뒤흔들 수 있는 ‘6대 사건’을 소개했다.

1. 폴란드 사법부 위기다.

폴란드 법과정의당(PiS) 정권은 사법부 장악을 위해 대법관 임명권을 사실상 의회에 귀속하는 입법을 추진했고, 이를 반대하는 EU는 폴란드의 회원국 발언권과 투표권을 제한하는 ‘리스본 7조’ 카드까지 만지며 경고에 나섰다.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일단 대법원 관련 법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지만 의회가 다시 통과시키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2. 수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내전

친러시아 반군 진영은 친서방 페트로 포로셴코 정부에 대항해 독립을 선언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동유럽을 돌면서 안보불안을 다독이고는 있지만,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전면 침공해 영토를 병합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치닫는다면 EU 직원들의 여름 휴가는 즉시 끝날 수밖에 없다.

3.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몰려드는 중동ㆍ아프리카 난민 문제도 여전히 숙제다.

유럽 각국이 이민자 수용에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난민 대부분을 떠안게 된 이탈리아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 문제는 그나마 EU 집행위원회와 각국이 1억유로 추가 예산 지원에 동의하는 등 대책이 어느 정도 나와 있다.

4.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 추진 움직임도 급변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10월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8월 하순에 절차 공식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또 EU 탈퇴를 준비하고 있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내각이 보수당 내분으로 위기에 빠질 경우 EU는 새로운 협상 파트너에 대응해야 할지도 모른다.

5. 히말라야산맥 국경을 둘러싼 중국과 인도의 충돌 역시 핵무기 보유 국가 간 대결인 만큼 유럽뿐 아니라 세계가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정치인들이야 휴가든 일이든 늘 여유로운 갑들이니 한가하다.
백성들은 휴가도 권력의 갑질이라 생각한다.
휴가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취향 이상이다.

새로운 이야기인가. 직장과 일, 경제사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생활이고 현실일 터. 그런데도 비정규직, 빈곤, 노동 시간, 임금과 소득 등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의식도 드러내지 않는다.

휴가란 결국, 고용, 노동시간, 임금, 소득을 빼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구조적 문제들의 결과물이다.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 같은 '변수'들도 그 뿌리는 어떤 구조에 닿을 것이 분명하다.

전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정치경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휴가철의 한복판에서 휴가의 구조와 정치경제를 따지는 일이, '장기'를 논하는 일이 소용없는 일일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휴가가 노동과 임금, 소득에 연관되는 한, 그 정치경제는 늘 어떤 형태로든 진행되기 때문이다. 모종의 권력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leisure'는 뜻은 그렇지 않다
그 말을 번역해 만든 말 '휴가'나 '여가'는 편향되었다.

여가(餘暇)는 무언가 '본질'이나 ‘본류’에서 벗어난 '나머지'나 '틈'에 지나지 않는다. 휴가(休暇)도 마찬가지, 지속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따로 있고 잠시 '쉬는' 것을 뜻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배하는 말부터 이러니 헛갈릴 수밖에 없다.

일(직장과 직업)이 여가를 위한 것인가? 여가가 일을 위한 것인가? 우리는 일과 직장, 직업에 봉사하는 여가에 익숙해져 있지만, 본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찍부터 6시간 노동제를 시험한 W.K. 켈로그의 말을 들어보자(유명한 식품회사 이름, 바로 그 켈로그).

"(6시간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며, 생산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고, 국가적인 생산성 향상은 우리가 삶의 더 많은 부분을 삶 자체에 쏟을 수 있게 해준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보여 준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여가가 일을 지배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꿈을 꾼다.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펼쳐 보인 ‘자유 시간’에 대한 한 가지 비전이 이에 해당한다.

"시간의 해방이 개개인과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존재, 삶의 틀, 도시 생활 그리고 자신의 포부 및 욕망 충족의 정의와 방식, 사회적인 협동 방법의 책임을 증대시킨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시간의 해방이 "이웃 간의 상호 혜택을 활성화시키고, 유급 노동과 무급 생산 활동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확립해주길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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