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나리와 백합은 같은 이름의 여름 꽃이다. 개나리는 봄꽃이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산과 들은 나리 세상이 되었다.

‘나리’란 나팔처럼 꽃을 피우는 백합과 식물을 부르는 순우리말 이름이다. 백합의 학명은 Lilium longiflorum Thunb.인데 여기서 속명 Lilium 은 흰색을 의미한다. 흔히 나팔 모양의 흰색 꽃을 흰 백(白) 자를 써 백합이 부른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땅속에 있는 알뿌리가 백 개쯤 되는 인편(비늘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백합(百合)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다양한 나리꽃들이 있다.
꽃이 하늘을 바라보고 피면 하늘나리,
옆을 바라보고 피면 중나리,
땅을 바라보고 피면 땅나리 등 나리꽃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나리꽃들이 있을까?

1. 털중나리
2. 하늘나리
3.날개하늘나리
4. 참나리
5.중나리
6. 땅나리
7. 솔나리
8. 큰솔나리
9. 말나리
10. 하늘말나리
11. 섬말나리
12. 뻐꾹나리
13. 누른하늘말나리.
14. 노랑땅나리.

나리가 다치면 꽃다발처럼 피는 변종을 만들어 낸다. 생장할 때 산짐승에게 생장점을 다치거나 꽃눈 분화 과정에서 냉해 같은 장애를 얻어 생기는 변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를 잘 이용하면 꽃이 꽃다발처럼 여러 송이 함께 피어 절화용으로 경제적 가치가 높은 품종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리꽃에는 인경이라는 알뿌리가 있는데 멧돼지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양형호(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가 관찰한 바로는 나리가 자랄 때까지는 거들떠보지 않다가 신기하게도 꽃이 피면 멧돼지가 와서 줄기와 꽃은 그대로 둔 채 알뿌리만 쏙 뽑아 먹는다.

아마도 꽃이 필 때 알뿌리의 독성이 없어지든지 아니면 멧돼지를 유인하는 호르몬을 발산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나리는 산짐승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3가지 전략을 구사한다.
첫 번째는 멧돼지로부터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알뿌리 아래쪽에 견인근 뿌리를 만들어 해마다 뿌리를 땅속 깊이 숨기는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나리를 전시원에 심으려면 비옥하고 토심이 깊은 땅에 심어 주는 게 생육에 좋다.

두 번째는 솔나리 같은 경우 멧돼지가 뿌리를 찾지 못하게 새싹이 ‘ㄴ’자로 옆으로 누워, 싹이 나는 위치를 뿌리의 위치와 다르게 만든다.

세 번째는 행여 멧돼지가 뿌리를 발견해 먹더라도 씹는 순간에 여러 개의 비늘줄기로 되어 있는 알뿌리가 자폭하듯 산산조각 부서져 한 번에 다 먹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흩어져 살아남은 인편은 다시 싹을 내어 새로운 개체로 살아남는다. 놀라운 생존전략이다.

개나리라는 말이 너무나 흔해 접두사에 개- 라는 글자가 붙었다는 말도 있고 나리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나리꽃보다는 못하다고 해서 개나리라고 하기도 한다. 봄이 되면 우리에게 제일 먼저 인사하러 나오는 개나리

일제 강점기때 월남 이상재 선생이 YMCA강연에 온 일본 형사들이 온 것을 보고 때도 아닌데 개나리꽃이 왜 이리 많이 폈나라며 그당시 일본순사들에게 나리(나으리) 라고 부르던 명칭에 앞에 '개'자를 붙여 비유한 것을 보고 청중들은 웃음바다가 되고 말을 못알아듣는 일본순사들도 따라 웃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과 깊은 정 ,감격, 달성이다.
개나리는 온도를 감지하는 꽃이라 추운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불면 제일먼저 꽃을 피우는데, 겨울에도 따뜻한 양지에서는 그저 온도만을 감지한 개나리꽃이 필때도 있다. 정권을 감지한 이런 저런 해바라기같은 기질을 가진 인간들도 개나리임이 분명하다.

개나리꽃의 전설로는 옛날 옛적에 어느나라 공주님이 새를 너무나 좋아해서 궁전을 황금새장으로 가득 채우고 백성들은 생업을 포기하고 새를 잡아 바쳐야 했다. 이에 어느 노인이 깃털이 오색빛이 나고 화려하며 소리도 은방울 같은 아름다운 새를 바치면서 이 새를 받아주시고 다른 새들은 모두 풀어달라 간청을 했다.

이에 공주가 말대로 하였는데, 세월이 가자깃털도 색이 바래고 울음소리도 점차 거슬려 새를 목욕을 시키고 보니 그동안 새의 깃털은 색을 칠한 것이었고, 본모습은 까마귀였었다고 한다.

이에 속은게 분한 공주가 화병으로 죽고 그 뒤에 황금새장을 닮은 꽃인 개나리가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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