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 2017)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수치뿐만 아니라 실관람객의 반응 또한 뜨거워 향후 입소문 효과를 기대케한다.

그동안 개봉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그린 영화는 많다.

당시 ‘소녀’가 일본군에 의해 끌려가 성적 노리개로 유린당하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혹은 역사적 사실로 그려진 이야기를 많이 보아온 터라 이 영화는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것인지 궁금했다.

시작은 일본군 ‘위안부’와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주인공 이야기로 시작해 영화 말미에 유엔에서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증언(speak)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녀가 침묵을 깨는 순간이 클라이막스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고 불리는 ‘나옥분’할머니 . 20여 년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그녀 앞에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가 나타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민원 접수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영어가 좀처럼 늘지 않아 의기소침한 ‘옥분’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를 본 후 선생님이 되어 달라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둘만의 특별한 거래를 통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영어 수업이 시작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계속 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간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내내 궁금하던 ‘민재’는 어느 날, 그녀가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위안부시절 친구 정심을 대신해 미국 의회 증언대에 서는 일이었다.

맨스플래인이라는 용어로 유명한 리베카 솔닛의 새로운 책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2015년 한 스탠퍼드 대학생이 의식을 잃은 여성을 성폭행 했다.

피해자는 재판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아무리 잊으려고 애써도 그건 너무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나는 말을 하지도,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사람들과 소통하지도 못했습니다. 퇴근하면 으슥한 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비명을 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질렀을까?
자신의 분노와 힘듦을 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지 못했을까?(왜 그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을까?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대한민국도 이슬람의 명예살인처럼 피해자를 욕하는 문화가 발전한 나라다. 가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아님에도 우리 사회는 (강간이나 성노예)피해자에게 수치심과 두려움을 안겨줌으로써 완벽한 침묵을 선택하도록 한다.

수치심을 주는 것은 최고의 침묵시키기 수단이다.
침묵은 폭력과 독재를 지지하는 자양분이다.
욕중에 화냥년, 호로자식 등이 다 그렇다.
최근 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한 감동은 참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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