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 김흥순 = 국내 최초로 지난달 부산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에게 전문가들이 공공연히 붙이는 수식어는 ‘골칫덩이’다. 생태학자인 최재천(사진)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는 전문가로서 이번 개미에 대해 진단을 내렸다

다른 동물보다 작고 약한 개미는 거대 집단과 사회를 이루며 가장 강한 생명체가 됐다. 지구상에서 1억 년 이상을 살아온 비결이다. 그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전 세계 개미 중 가장 골치 아픈 개미
(2)독보적 생존력과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
(3)하루에 알을 1000개까지 낳을 정도 번식력 강한 여왕개미
(4)뛰어난 환경 적응력
(5)한 번 자리 잡으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
(6)다양한 피해
(7)비전문가들이 진단하고 방역하는 자체가 코메디
(8)정부 붉은 불개미로 명칭 통일했으나 틀려, “분류 상 ‘붉은 열다미개미’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붉은 불개미를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한 이유다. 일단 환경에 적응하면 농사도 못 짓고 소도 못 키울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

도시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가전제품 안에서 사는 경우도 보고됐다

다만 ‘살인 개미’로 불리는 점 등은 과장됐다

미국에 유입된 지 70년이 됐는데, 그 동안 미국에서 이 개미에 물려 죽었다는 이는 80명 수준이다. 그나마 개미가 원인인지 확실하지도 않다. 인체 위협은 과장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개발한 독성지수로 1.2밖에 되지 않아 성묘하다 쏘일까 두려워하는 작은 말벌이나 꿀벌의 2.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독개미라는 악명을 부여하면 4.0의 총알개미와 3.0의 붉은수확개미가 섭섭해한다.

중증이긴 하지만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을 일으키는 '작은소참진드기'를 너도나도 '살인 진드기'로 몰아가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퇴치는 철저히 하되 이름은 '붉은열마디개미' 정도로 부르면 좋을 듯싶다


방제 방법은 여왕개미 퇴치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를 찾아 헤맸다. 최 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동원된 조사 인력은 비전문가다.

비전문가가 단기간 길바닥을 뒤진다고 여왕개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명칭 역시 개미 전문가들에게는 비판 대상이다. 당초 ‘붉은 독개미’로 불리다가 지난 3일 긴급 차관회의 이후 갑자기 붉은 불개미로 명칭을 통일하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분류 상 ‘붉은 열다미개미’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정부 마음대로 명칭을 정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개미의 종명(invicta)은 '천하무적의' 또는 '정복할 수 없는'이란 뜻을 지녔다. 가는 곳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이들의 탁월한 적응력이 한몫한다.

개미들은 보통 장마를 대비해 높은 지대로 이사하는데, 몸과 몸을 이어 뗏목을 만들어 가뿐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 개미의 영역이 매년 거의 200㎞씩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일단 정착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 같다.


2015년 개봉된 미국 영화 중 ‘앤트맨(Ant-Man)’이 있다. ‘개미 인간’이란 뜻으로, 역사상 ‘몸집이 가장 작은’ 슈퍼히어로 영화다. 스크린 속 주인공은 특수 슈트를 입은 뒤 개미처럼 몸이 작아지지만 초인적인 힘을 내뿜는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에서는 해리슨 포드와 육박전을 벌이던 악당이 새까맣게 밀려든 ‘군대개미’ 떼에 의해 순식간에 빨려 죽는 섬뜩한 장면이 나온다.


실제 개미는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다. 미국 오하이오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개미는 자기 몸보다 5000배 무거운 것까지 들고 옮긴다. 분석해 보니, 그런 힘의 비밀은 목 관절에 있었다. 큰 턱으로 먹이를 옮길 때, 목 관절이 그 무게를 6개 다리와 발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개미의 이런 생체 메커니즘을 활용해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개미가 지구상에 나타난 건 1억여년 전으로 추산된다. 400만 년 전인 인류의 등장보다 훨씬 앞선다. 오늘날 1만4000여 종의 개미가 생존해 있으니,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종(種) 중 하나인 셈이다.

‘개미제국의 발견’을 쓴 최재천 교수는 기계문명의 지배자가 인간이라면 자연생태계의 지배자는 개미라고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의 개미는 1조(兆)의 만 배인 1경(京)마리인데, 개미 1마리 체중을 1~5㎎으로 잡아도 인류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

그동안 인류문화에서 개미는 음식이나 약 등에 이용되며 비교적 좋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막대한 무리의 힘으로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주거지에 침입하는 등의 행위로 인간에 해를 주는 일이 늘고 있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