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 김흥순= ‘토인비’는 역사인식을 알기 쉽게 비유적으로 ‘청어와 물메기(곰치)’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했다. 외부의 도전에 잘 대응한 민족과 문명은 살아남고 도전이 없는 민족과 문명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영국사람들이 즐겨 먹는 청어의 경우 대서양 북해에서 주로 잡히는데 런던까지 장거리 운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신선하지 않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청어를 잡아넣은 수조에다 물메기를 한 마리씩 넣으면, 그중에서 몇 마리는 물메기의 먹잇감이 되겠지만 그 통에 있는 수백마리의 청어들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다니기 때문에 생생하게 살아남는다.

고통과 시련이 생존의 에너지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전과 응전에 대한 의미있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토인비가 지은 ‘역사의 연구’는 전체 12권 대저작이다.

1934년에 제1-3권, 1939년에 제4-6권, 1954년에 제7-10권, 1960-1961년에 제11-12권을 간행되었다. 이를 서머벨이 축약본으로 엮은 것이다.

토인비는 21개 문명의 발생, 성장, 쇠퇴, 해체의 과정을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국가, 세계교회, 영웅시대, 문명의 공간적 접촉, 문명의 시간적 접촉 역사에서의 자유와 법칙을 통해서 서유럽 문명을 전망했다.

이러한 책의 구성을 통해서 알 수 있듯 토인비는 결론적으로 서유럽 문명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함을 알 수 있다.

문명의 발생에서는 이집트, 수메르, 미노스, 중국, 마야 및 안데스 문명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고찰하고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대체적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한 것이다.

특히 황하문명의 경우 양쯔강에 비해 훨씬 열악한 자연조건임에도 이를 극복하고 이루어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문명의 성장에서는 개인이나 소수자 또는 사회 전체가 어떤 하나의 도전에 응전하면, 그것이 최초의 도전으로 그치지 않고 다음 응전을 행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도전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반드시 성장한다는 것이다.

문명 쇠퇴의 특징에서는 소수의 창조적 능력의 상실, 거기에 호응하는 다수의 모방 철회, 그 결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사회적 통일의 상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명의 해체와 관련해서는 지배적 소수자, 내적 프롤레타리아, 정신의 분열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체기 중국 문명의 경우에 지배적 소수자는 공자의 의례화된 유교론, 노자의 도(道) 역설적 철학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문명 해체기의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에서 구세주로서의 창조적 천재, 칼을 가진 구세주, 타임머신을 가진 구세주, 왕의 가면을 쓴 철학자, 인간으로 변신한 신이 등장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외세침략에 고통을 당했다.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중요성을 배제하고도 이웃국가의 성장과 몰락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흔들려 왔다. 하지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나라의 존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시련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생명력과 용기 있는 응전(應戰) 덕분일 것이다.

우리의 삶 역시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매번 실패하고, 상처받고,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주저앉거나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다.

누가 아픔과 시련에 적절히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척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처 없는 성장은 없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