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가톨릭 수장으로 불교국가인 미얀마를 첫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곤에서 야외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바티칸 당국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7일 미얀마의 민간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에 앞서 군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을 먼저 만난 것은 외교 의전상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렉 버크 바티칸 대변인은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곤에 도착한 직후 흘라잉 장군 측에서 교황과의 만남을 27일로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수도 네피도에서 수지 여사와 만난 후 29일 흘라잉 장군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흘라잉 측 요청을 받아들여 27일 만남이 이뤄졌다.

교황이 수지 여사에 앞서 흘라잉 사령관을 만난 것은 흘라잉 사령관이 수지 여사보다 더 많은 책임을 맡고 있다는 인식을 주게 됐다.

버크 대변인은 교황은 당초 예정대로 수지 여사를 만난 뒤 흘라잉 사령관과 만나려 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족 무슬림을 직접 공개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도덕적 권위가 손상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바티칸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은 교황이 미얀마 방문 도중 로힝야족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일각의 실망과 비판에 따른 것이다.

버크 대변인은 교황의 외교는 "절대 틀리지 않다"며 "교황은 현지 가톨릭 교회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얀마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교황은 문민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민 아웅 흘라잉 군최고사령관 등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불교국가 미얀마를 첫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용서와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인종청소' 논란이 일고 있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사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염두에 둔 메시지다.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미얀마 방문 사흘째인 이날 양곤의 축구경기장에서 20만 명의 신도들이 운집한 가운데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미얀마인들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복수의 유혹이 있더라도 용서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고 설파했다. 또 "복수는 하느님의 길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포함한 미얀마의 오랜 민족·종교 간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해석했다.

이날 교황은 미사에서 로힝야족이나 소수민족 분쟁에 대해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전일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진행된 첫 공개연설에서도 "미얀마의 미래는 각 소수민족의 권리를 존중하는 데 달려있다"고만 언급했다. 양곤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부탁에 따른 것이다.

그간 로힝야족에 대한 관심을 표해온 교황은 당초 이번 순방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었다.

미얀마 방문에 이어 12월 1일에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로힝야족 난민과 면담이 예정돼 있다.

지난 8월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로힝야족 무장단체와 군 당국의 유혈사태 이후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망친 로힝야족 난민은 8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군부가 토벌작전을 빌미로 난민에 대한 방화, 살인,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증언되며 '인종청소' 비난이 거세다. 하지만 미얀마측은 테러 진압의 정당성을 내세워 국제사회의 조사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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