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작가회의, 친일문학상 수상자 임명 땐 ‘강력 대응…오장환 시인, 미당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친일파’ 비판

▲ 【충북·세종=청주일보】지난해 열렸던 오장환 문학제 전경. 김정수 기자
【충북·세종=청주일보】김정수 기자 = 충북의 대표적인 문학 행사인 보은군의 ‘오장환문학제’가 추진위원장으로 내정된 유명 시인의 자격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보은문화원은 이 지역 회인면 출신이자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 시인(1918∼1951)을 기리기 위한 ‘제23회 오장환문학제’를 오는 오는 10월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그의 작품 등을 망라한 전집(全集) 발간과 함께 다양한 문학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에 A시인이 내정되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살아생전 단 한 줄도 친일 시를 쓰지 않았던 오장환 시인을 기리는 문학제의 추진위원장으로 내정된 A시인은 문단에서 친일문학상이라고 비판받는 ‘미당문학상’ 수상자로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으로 전혀 맞지 않다”는 문학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당 문학상’은 친일 문학인 가운데 가장 심도 있게 일제를 찬양했던 서정주 시인(1915-2000)의 문학세계를 계승하기 위해 만든 상으로 서정주 시인의 호‘미당’을 따 만든 상이다.

오 시인은 시집 ‘병든 서울’을 출간할 당시(1946년) 미당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를 향해 ‘친일파’라고 비판하는 등 절대적 대척관계였던 사실이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친일문학상을 문단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로 여기는 문학인들 사이에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충북작가회의 B 임원은 “친일문학상 수상자가 충북에서 열리는 문학제의 추진위원장을 맡는다면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낼 예정이다”라며 “성명을 내기에 앞서 해당 시인이 자진해서 맡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9일 보은문화원 총회에서 불거져 나온 뒤 SNS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C 시인은 미당문학상 수상자의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 선임에 관한 문제를 자유실천위원회 차원에서 공론화할 수 있다는 뜻을 SNS에 피력했다.

그런가 하면 ‘미당문학상’ 수상 경력이나 자격 문제는 문단 안에서 따지고, 먼저 오장환문학제를 치르기 위한 추진위원회부터 정상적으로 꾸려 행사에 차질을 빚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도 일부 주민 사이에 나온다.

현재 주최 기관인 보은문화원은 이런 논란 때문에 문학제추진위원회 구성과 올해 사업계획을 제대로 짜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관해 구왕회 보은문화원장은 “애초 A 시인에게 문학제추진위원장을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미당문학상 수상 경력에 따른 문제가 불거져 자격 적합성을 따져 보고 있다”라며 “곧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오장환문학제 개최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