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경을 치다고 한글로 적으면 무슨 경을 치는 지 모를 수 있다.

예전에 어른들이,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호되게 꾸중할 때 쓰시던 말 가운데 "예끼, 경칠 놈의 자식 같으니라고" 하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다.

지금 이러한 표현이 아주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들어보기 힘들다.

이 표현이 상대를 나무라고 욕할 때 쓰일 수 있는 것은, 이 표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경칠 놈' 때문이다.

요사이 경칠 놈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안태근, 고은, 이윤택, 오태석, 조민기, 하용부 등 자고나면 한 명씩 튀어 나온다.

그럼 '경칠 놈'은 어떤 놈인가? 이는 '경치다'가 어떤 뜻인가를 묻는 질문과 같다.

'경치다'는 아마도 '경을 치다'에서 목적격의 '-을'이 생략된 뒤 축약된 어형으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경치다'의 의미는 '경'이 무엇인가를 밝히면 드러날 것이다.

'경'이 '치다'라는 동사의 목적어이므로 '치다'를 '때리다'의 의미로 보면 '경'은 언뜻 보아 '종'이나 '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치다'를 '때리다'의 의미로 보아도 '경'을 '종'이나 '북'으로 볼 수는 없다. 그것이 시간의 단위인 '경(更)'이기 때문이다.

실제 '更'을 이용한 '경(更)치다'라는 말이 있어 이를 뒷받침한다. '경치다'는 '이경(二更)과 오경(五更)에 북을 치다'의 뜻이다.

'경(更)치다'는 말에 입각하여 '경칠 놈'의 '경치다'도 이것에서 나온 것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에는 근거가 되는 이야기까지 결부된다.


옛날에 밤 시간을 알리는 한 방법으로 경(更)에는 북을 치고 점(點)에는 꽹과리를 쳐서 시간을 알렸다. 경은 하룻밤을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의 다섯으로 나누었다.

삼경은 지금으로 치면 밤 12시 전후이고 이때에는 북을 28번 치는데 이것을 인정(人定)이라 하며, 인정이 되면 도성의 사대문을 걸어 잠그고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시켰다.

수상한 사람이 인정 이후에 돌아다니다 순라군에게 잡히면 순포막으로 끌려가서 여러 가지 심문을 받은 후 죄가 없으면 오경(五更) 파루(罷漏)친 뒤에 풀려 났다.

이런 사실에서 인정 이후 순포막에 끌려갔다가 파루 친 뒤까지 순포막에서 경을 치르고 나왔다는 데서 '경을 치다'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경(更)을 치다'의 준말인 '경치다'가 '오경 파루를 치다'에서 온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순포막에 끌려가 몇 경(更)을 보내는 동안 큰 곤욕을 당했기에 '경(更)치다'에 '벌을 받다'는 의미가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칠 놈'의 '경치다'는 지금까지 언급한 '경更치다'와는 다른 것이다.

그 '경'은 '更'이 아니라 '黥'이기 때문이다.

경(更)을 치다가 경범죄 위반이라면, 경(黥)치다는 흉악범 쪽이다

중국 오형 가운데에는 몸에 문신처럼 검은 글씨로 죄인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묵형(墨刑)이라는 형벌이 있었다.

이 묵형은 자자형(刺字刑), 삽자형(鈒字刑)이라고 불렀는데, 대명률에서 팔이나 다른 부위에 하면 옷 등으로 가려진다고 해서 얼굴에 시술하게하면서 삽면형(鈒面刑), 경면형(黥面刑)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이 형벌들을 간단하게 형을 때고 삼면, 삽자, 자자, 경이라고 불렀다. 때문에 경을 친다라는 것은 심한 처벌을 당하고 그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다 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행해지던 이 형벌은 영조 시대에 혹형을 대부분 공식적으로 폐지하면서 사라졌다. 하지만 경을 치다라는 표현 자체는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다

'경黥'은 도둑을 경계하던 '자자刺字'라는 형벌이다. '자자刺字'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는 아주 가혹한 형벌이다. 먹물로 문신을 새긴다고 하여 이 형벌을 '묵형墨刑'이라고도 한다.

이 형벌은 너무 가혹하여 중국에서조차 한나라 이후에는 공식적으로 금지하였다고 하는데, 이 형벌이 정말 우리나라에서 행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설에 의하면 조선 영조대英祖代까지 존속했다고 한다.

'경黥'이라는 형벌 자체가 없어지면서 '경黥'이라는 단어의 본뜻도 사라졌다.

그 대신 원래의 뜻에서 파생된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고통'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 못된 짓을 하면 주인한테 경이야. 알아서 해!"에 쓰인 '경'은 '혹독한 꾸지람'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고, "젊어서 그렇게 판판이 놀았으니, 지금에 와서 경을 볼 수밖에!"에 쓰인 '경'은 '고통'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한편, '경黥을 치다'나 '경黥치다'의 '치다'는 '점이나 선을 찍거나 긋다'라는 뜻의 타동사이다. 그러므로 '경黥을 치다'나 '경黥치다'는 도둑이 관아에 붙들려 가서 '경을 새겨 넣는 형벌을 받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경黥'이 '자자刺字'라는 의미에서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고통'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확대되어 주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되자 '경黥을 치다'나 '경黥치다'도 그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벌을 받다'는 일반적 의미로 더 활발하게 쓰이게 된다.

그 본래의 의미는 "경치고 포도청 간다단단히 욕을 보고도 또 포도청에 가서 벌을 받는다"와 같은 속담에서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로 보면, '경黥치다'는 '난장亂杖맞다, 오라지다, 주리 틀다' 등과 같이 '형벌'과 관련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낯짝 이마에 크게 주홍글씨 문신을 새기는 벌이다.


한국의 상층부 기득권 권력들은 전문적인 힘으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해 피해자를 여러번 죽인 놈들이다. 이 것들에게 고대 형법으로 경을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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