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말하는 “나의 이상행동 이유”

▲ 【충북·세종=청주일보】 제2회 한일 국제 학술교류 워크숍 포스터. 박창서 기자
【충북·세종=청주일보】박창서 기자 = 영화 ‘말아톤’에서 주인공 초원이는 얼룩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다 성추행범으로 몰려 시민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매질은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라는 초원 엄마의 울부짖음과 사과가 있은 후에야 멈추고, 관객들은 그 장면에서 함께 울었다.

자폐아 마라토너 배형진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지난 2005년 제작된 이 영화는 잠시나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겪는 아픔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발달장애인은 주변과 어우러져 살기엔 위험하거나 부족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왜 ‘초원이들’은 특정분야에 그토록 집착하고,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며, 이해할 수 없는 돌발행동을 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물음에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의학적 소견이나 비장애인 연구자들의 연구발표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로 진행될 이 행사는 장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주복지재단과 청주정신건강센터, 충북대학교 장애지원센터, 혜원장애인복지관은 5월 2일과 3일 ‘제2회 한일 국제 학술교류 워크숍-장애 당사자가 말하는 도전적 행동의 이해와 의사소통법’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발달·정신 장애인이면서 ‘장애인 당사자 연구’를 진행 중인 일본인 강사들이 나와 장애 당사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행동사례, 관련 연구 등에 대해 상세히 들려줄 예정이다.

‘장애인 당사자 연구’란 비장애인 연구자들의 한계성을 탈피, 장애인들이 직접 소통 등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방법을 찾고,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연구방법이다.

관련 연구에 대한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연구를 선행했고 장애인자립시설 등에 적용하며 획기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워크숍은 내달 2일 오후 1시, 충북대 평생교육원 신언임홀에서 시작된다.

북해도 ‘베델의 집’ 창시자로 의료복지대학교에 재직 중인 무카이야치 교수가 나와 ‘당사자 연구’에 대해 설명한다.

‘베델의 집’당사자와 스탭들이 한국 장애인들과 직접 만나 당사자 연구에 대한 경험도 나눌 예정이다.

‘베델의 집’은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복지제도를 실현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정신장애인 공동주거시설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새로운 공동체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일차 워크숍은 5월 3일 오후 2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진행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이면서 도쿄대 의대를 졸업한 후 소아과 의사를 역임한 구마가야 도쿄대 교수, 발달장애인으로 발달장애 당사자 연구를 심도있게 진행하고 있는 아야야 도쿄대 연구원이 강사로 나선다.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차별, 행동사례 등을 당사자 입장에서 직접 밝히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이정숙 청주복지재단 이사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없애고 장애인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마련을 위해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장애인과 관련한 한일 학술 교류를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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