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이스라엘 학살 앞에 서있는 ‘부패와 무능’ 13년 장기집권 82세 팔레스타인 아바스

학살 재앙 속에 팔레스타인 정부는 어디에도 없다

“이 재앙 가운데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어디에 있나?”

학살의 책임은 이스라엘이지만 부패와 무능한 장기독재자 82세의 팔레스타인 아바스에게도 책임이 있다.

반이스라엘 활동가 잘랄 아부카테르가 알자지라에 적은 글이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무런 계획도, 비전도 없다”면서 팔레스타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지난 14일에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무력 시위 진압으로 62명이 숨지는 참극까지 벌어졌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파타는 연일 분노하지만 성과는 없다.

파타 정부를 향한 비판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으로 귀결된다. 아바스는 13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2005년 4년 임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선거 없이 임기만 늘려가고 있다. 그와 그의 두 아들은 각종 부패 의혹에 연루돼 있다.

권력 유지를 위해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바스는 집권 기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왔지만 큰 소득은 없다.

트럼프 정권 출범 후에는 고립만 심화됐다.

전통의 아랍 우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도 이제 팔레스타인보다 이스라엘과 더 가깝게 지내려 한다. ‘공공의 적’인 이란을 견제한다는 논리가 이들을 뭉치게 했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유대인 단체 지도자들을 만나 “팔레스타인은 협상할 것이 아니라면 입 다물고 불평 좀 그만”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바스는 “홀로코스트는 유대인 책임”이라는 최근 연설로 국제사회의 비난까지 자초했다.

아바스는 집권 후 하마스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지난 10여년을 소진했다.

지난해에는 가자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정부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이스라엘에 요청해 가자로 들어가는 전력도 줄였다. 하마스를 압박하려는 이 조치로 가자 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가자 경제난의 1차 책임은 11년째 이 지역을 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있지만, 아바스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20일 팔레스타인 청년 파시 하레브(20)가 생활고를 비관해 가자 시내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AP통신은 “지난해에도 가자 주민 수십명이 그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아바스 정부와 하마스 사이의 불화가 불행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아바스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언제쯤 고립에서 벗어날까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가자 | EPA연합뉴스

언제쯤 고립에서 벗어날까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가자 |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의 유대계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은 지난 1월 “아바스가 떠날 때가 됐다”고 적었다. 그는 아랍세계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잃었고, 트럼프가 원조 삭감 등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는 등 외부환경이 극히 좋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아바스가 실패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그는 아바스의 무능과 부패, 정적 탄압 등을 거론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은 트럼프 정부가 다음달 포괄적인 중동 평화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19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아바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책을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예루살렘 수도 선언과 함께 ‘세기의 합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바스가 다가올 ‘기회’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바스 이후의 팔레스타인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언은 칼럼에서 “팔레스타인은 보다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팔레스타인 비르지트대 가산 카팁 교수는 최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아바스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그저 현상유지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서 “그가 물러난 뒤에야 상황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0대 고령인 아바스의 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아바스는 20일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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