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살인적인 업무 시달리는 집배원
(2)올해 들어 10명 과로사
(3)"이번엔 방사능 라돈 침대 수거하다 과로사"
(4)“주52시간 근무 실현하려면 토요택배 없애야”

집배원

대한민국의 집배원들은 우정사업본부 지방우정청에 소속된 지역 우체국에서 일한다. 예를 들어 인천과 경기도에서 일하는 집배원들은 우정사업본부 경인지방우정청에 소속된 우체국에서 일한다.

우체국 공무원인 정규직 집배원과 무기계약직 집배원인 상시계약집배원으로 구분되며 오토바이 또는 자동차를 이용한다.

전국집배노조 성명서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이 많고 주말 집중 근무 후 돌연사하는 것은 전형적인 집배원 과로사 패턴이다. 집배원들은 최근 6·13 지방선거 공보물을 배달하고 매트리스 집중수거에 투입되는 등 6월 내내 주말 없이 일을 하는 등 과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9명에 이어 올해도 과로로 숨진 집배원은 벌써 10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에는 대구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원이 배달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는 등 3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5명의 집배원이 과로사했다.

설날이나 선거철 등 업무가 몰릴 때마다 집배원들이 단체로 과로사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집배원 사망도 과로와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우정사업본부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집배원 과로사를 개인 책임으로 폄하하고 있다.며 우정사업본부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

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A씨 사망사고 발생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고인의 2016~2017년 건강진단 결과를 '참고사항'으로 명시했다. 고인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주의 유소견 판정을 받았다며 개인질병 정보를 공개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본인 동의 없이 개별 노동자의 건강진단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노조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무단으로 노출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인이 개인 질환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 했다"고 성토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노사 합의로 집배부하량 적용을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해당 보고서에 고인의 집배부하량을 적어 노조 반발을 샀다.


근데 왜 우체국 집배원이 침대를 수거하게 됐을까?

사연은 과잉충성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주례회동을 했다.

이 총리가 "라돈 침대를 6월까지 수거하기 위해 우체국망을 일시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수거"라며 화답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대진침대에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는 매트리스 8만개 수거를 명령했는데 그때까지 수거한 물량이 1만6000개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라"고 다그치자 집배원의 침대 수거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6·13 지방선거를 전후한 이 즈음이 집배원들에겐 특별히 고달픈 시기였다.

공보물과 사전투표 용지를 배달하느라 주말과 밤낮이 없었다.

이런 마당에 선거가 끝나자마자 침대 수거명령이 떨어졌으니 볼멘소리가 터져나온 건 당연지사다. 이들이 주말인 16~17일 침대 수거에 나선 이유도 평일에는 기존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산더미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 집배원은 1만6000명에 이르는데 그중 최근 5년간 암·뇌혈관 질환·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이 70여 명에 이른다. `과로사`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우편법에 따르면 집배원은 `편지·등기 또는 30㎏ 이하 소포`를 배달하도록 돼 있다. 침대는 그야말로 뜬금없다.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는 `집배원도 국민이다` `집배원을 살려주세요` `집배원이 국가의 막노동자인가` 등의 글이 10여 건 올라와 있다.


우정본부의 평가는 긍정·보람 일변도다.

"직원들이 처음엔 당황했고 일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침대 수거작업을 마친 뒤에는 98%가 우체국의 저력을 확인하고 공무원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일선 집배원들도 과연 똑같은 생각인지는 의문이다.

보람을 강조한 우정본부 관계자조차 "이제 추가로 라돈 침대를 수거할 여유는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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