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군대가 개판이다. 장군은 남군이 아닌 여군을 성추행하고 장관이라는 자는 "여군들 행동거지 조심하라"고 여군 탓을했다. 이게 미친 소리지 사람이 할 소리인가?

군내 성폭력 사건이 잇따르는 와중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7월 9일 “여성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설화를 자초했다. 송 장관이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각 군의 성(性)고충 전문 상담관과 간담회를 하면서다.

성고충 전문 상담관은 병영 내 성희롱ㆍ성추행ㆍ성폭행 등 성폭력 사고 예방활동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날은 최근 해군 준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준강간 미수)로 구속된 데 이어 육군 준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해제되는 등 군 지휘부의 성폭력 사건이 계속 논란이 돼 송 장관이 성폭력에 대한 예외 없는 엄벌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송 장관은 “여군들을 대상으로 회식을 일정 시간 이후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만들려고 했지만,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해서 그만뒀다. 여성(여군)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을 막으려면 여군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며, 성폭력 피해 여군들은 조심하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자신을 “딸 하나를 둔 아빠”라고 소개한 송 장관은 “부인이 딸에게 택시를 타는 것이나 데이트를 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간섭한다. 그래서 ‘대학원 나온 애에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부인이 ‘여자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고 답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고충 전문 상담관에게 “얘(상담자)가 좀 그런 면(성폭력 피해)이 있다고 하면 조용히 불러서 사전 예방 교육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 사고 나서 뒤처리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면서 성폭력 피해를 알리지 말고 조용히 처리하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송 장관은 발언이 논란을 빚자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본의 아니게 오해가 된 것이 있다”며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 군내 여성 인력을 우대하고 보다 많은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성평등 문제 개선과 (군내) 여성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일제히 송 장관의 그릇된 성 인식을 비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장관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발언”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도 “권위적인 군 조직에서 여성 인권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송 장관은 부적절한 말의 대명사

과거에 부적절한 표현 때문에 논란을 일으킨 경력이 많은 장관이다.

지난해 11월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원래 식사 자리에서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 건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사과를 담은 입장 자료를 냈다.

국방장관은 설화를 불렀고, 군 장성들은 잇따라 성폭력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 육군은 이날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경기도 모 부대의 지휘관인 A 준장을 보직해임했다고 밝혔다.

A 준장은 올 3월 부하 여군을 '업무 때문에 힘들어 격려한다'면서 저녁 자리에 따로 부른 뒤 차량 안에서 손을 만진 의혹을 받고 있다. A 준장은 "심리학 시간에 손가락 길이와 성 호르몬 관계를 배웠는데 이를 알아보려고 만졌다"고 진술했다고 육군은 전했다. 육군은 A 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여군이 2명 더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엔 해군 B 준장이 부하였던 여성 장교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B 준장은 지난달 27일 저녁 회식을 마친 후 함께 술을 마시자며 여성 장교를 불러냈다. 여성 장교가 부대 밖 자신의 숙소에서 쓰러지자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게 해군 수사당국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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