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기후변화, 테러·식량·양극화는 유엔이 지정한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4대 과제 다.

누가 7월을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 했던가. 이제는 사람이 익어가는 계절이다.지옥 그자체다.

정부도 대책이 없다.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도 제대로 틀지 못한다.

낮에는 폭염 때문에 활동을 하지 못하고. 밤에도 계속되는 더위 탓에 에어컨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거나 선풍기를 끄지 못하며 잠을 설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으로 더위의 대명사인 대구에서 폭염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폭염포럼’이 열린다.

대구시는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관으로 오는 7월 25일∼27일 대구시 북구 삼성창조캠퍼스 등지에서 ‘2018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을 연다”고 밝혔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쪽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폭염도시 대구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폭염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포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포럼 첫날에는 ‘폭염과 쿨산업’이란 주제를 내걸고 기후변화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김지석 주한영국대사관 에너지혁신담당관과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이 나와 강의하고 김윤영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이길태 대구관광뷰로 팀장, 허경춘 신태양에너지 대표이사, 박기환 대구시 투자통상과장 등이 토론한다.

이 자리에서는 도시의 도로와 건물표면 색깔, 마감재 소재를 폭염대응에 활용한 해외도시 사례를 소개하고 국내 적용방안을 논의한다. 쿨산업은 기능성 섬유, 차열성 건축자재, 차광기술, 에너지산업 등을 일컫는다.

이어 ‘폭염과 정신건강’분야에서는 김호 서울대교수의 ‘폭염과 정신질환’, 정인성 계명대교수의 ‘폭염과 산업장 근로자의 건강’ 등의 강좌를 통해 폭염이 근로자 건강, 정신질환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분석한다. ‘폭염적응도시’라는 제목아래 엄정희 계명대교수가 대구 열섬대응계획을 공개하고, 대구시민들이 폭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김수봉 계명대교수가 소개할 예정이다. 정응호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 센터장은 “시원한 가로 공간 만들기’를 제안한다.


폭염은 유엔에서 지정한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테러, 식량, 양극화, 기후변화 등 4대과제 중에 하나로 대응이 시급한 글로벌 아젠다로 손꼽힌다. 최근 10년동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추세가 뚜렷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대구는 지난 30년동안 전국에서 폭염일수가 가장 많아 폭염에 가장 취약한 도시이다. 폭염문제를 그대로 둔다면 앞으로 65살이상 고령층의 폭염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향후 60년동안 5조7천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북동부의 인구 270만명 도시인 시카고에서는 적절한 폭염대책으로 실질적인 재해규모를 1/6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에서는 매년 7월말이면 폭염 체험교육과 시민환경포럼을 개최하고있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외국의 사례처럼 대구에서도 폭염피해를 줄일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위해 2016년부터 해마다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폭염대응 포럼을 열고 있다


이상 고온 속에 하루를 일년보다 더 힘겹게 넘겨야 하는 에너지 빈곤층의 하루는 고통 그 자체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비로 써야 하는 계층으로 전국에 약 150만 가구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60%는 10평도 안 되는 좁은 집에 살고 있으며, 80%는 선풍기에만 의존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구의 대부분이 70세 이상 노인이다.

빈곤층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게는 폭염이 재난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보다 인명 피해를 더 많이 내는 기상재해로 분류된다. 한국기상학회는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에는 60대 이상의 사망자 비율이 68%까지 늘어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의 여름철 폭염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25년 동안 세계 평균기온이 섭씨 0.6도 상승해 해마다 온난화로 인한 사망자가 16만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앞으로 20년 이내에 폭염으로 말미암은 사망자만 갑절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도시에 나무를 더 심고, 바람길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따르지 않을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대책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온난화가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한반도는 유달리 그 속도가 빠르다.

전 지구적으로 100년 동안 0.75℃ 오르는 동안 대구·서울 등 국내 6대 도시는 2배가 넘는 1.8℃나 올랐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 연구팀이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살인폭염의 국제적 위협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 증가할 경우 2100년 서울은 67일간 살인적인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인류를 위협하는 소리 없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 개막식 때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영상이 상영됐다. “기온이 섭씨 4도가 상승하면 해수면이 1m-2m까지 상승할 것이다. 몰디브와 투발루 같은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에콰도르, 브라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해안지역 상당부분이 침수될 것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피해가 없는 선진국들은 자본주의를 편하게 즐기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기후재난의 피해와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폭염이 오래 지속되면서 국민의 후유증도 걱정스럽다.

문제는 올해 폭염이 그 어느 때보다 수위가 높은데다 점점 깊어지는 불황으로 삶이 어려워진 서민들의 심리적 불쾌지수 또한 한없이 높은 상태라 범죄증가도 우려스럽다.

정부나 지자체의 철저한 대책이 절실하다.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폭염과 함께 찾아오는 전염병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50년 이상의 개발역사로 도시는 폭염이라는 위험을 스스로 자초한 다중복합 위험사회다. 이제 폭염도 재앙으로 인지하고 위험인자를 미리 진단, 스트레스 테스트로 사고 가능성과 위험을 평가해 대책을 강구해놓는 범시민적 비상대비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자연재해는 늘 예정돼 있고 기후변화로 우리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의 여름낭만을 되찾고, 시냇가에 모여 수박 쪼개며 물장구치던 여름을 되찾으려면, 더 큰 폭염이 자리 잡기 전에 범국가적인 기후변화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경로당이나 복지관,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을 챙기는 작업은 서둘러야 마땅할 서민지원 정책이다.

자칫 그런 배려조차 받지 못하고 방치된 쪽방촌이나 달동네의 빈곤층은 없는지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집안에만 머물면서도 전기요금이 겁나 선풍기조차 마음 놓고 틀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걱정이다.

이왕 폭염과의 전쟁을 시작한 바에야, 전쟁 매뉴얼을 치밀하게 세워 사망자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전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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