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SK건설 시공중인 라오스 댐 붕괴 인재(人災) 인가 천재(天災)인가?

SK건설이 라오스에서 건설 중인 라오스에서 23일 오후 8시(현지시간)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수력발전용 댐인 세피안-세남노이댐의 보조댐이 무너져 현재까지 수십 명이 죽고 수백명이 실종됐다.

이 사고로 50억㎥의 물이 갑자기 방류돼 인근 6개 마을을 덮쳤다. 가옥 1370채가 피해를 입었고 663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형 댐 일부가 붕괴되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원인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SK건설은 댐이 붕괴된 것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퍼부었던 호우 때문에 강이 범람하면서 불가항력적으로 보조 댐 상부가 유실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평년보다 많은 집중호우였더라도 설계 및 공사부실, 안전관리 등에 대한 부분에서 논란이 나오고 있는 만큼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보조댐 사고를 접한 토목업계 관계자의 한탄이다. 보조댐의 붕괴는 집중호우에 따른 불가항력이라기보다는 시공을 책임진 SK건설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애초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 보고 있다. 대형 댐은 만약의 사태를 가정해 설계하고 건설사마다 100년, 혹은 200년 단위의 평균강수량, 이에따른 담수량을 계산해 ‘최악의 경우’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가능 최대 강우량(PMP, 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 혹은 ‘가능 최대 홍수량(PMF, Probable Maximum Flood)’ 등을 계산한다.

특정 유역에서 일정 기간에 생성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강우 조건을 가정하고 이론적으로 최대 홍수량를 뽑아내 댐 건설 하중계산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론상’의 수치일 뿐 현실에서 불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SK건설이 ‘예년보다 3배가 많은 집중호우가 내려 댐이 유실됐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다.

“추후 산정 방법과 방식이 적절했는지 검증해 봐야 할 것”

설계나 시공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유추 할 수 있는 또다른 정황은 석연치 않은 침하 과정이다.

시공사인 SK건설과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제가 발생한 보조댐은 이미 사고 발생 3일 전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댐 중앙부 침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균열이 발생한 보조댐 ‘D’는 높이 16m, 길이 773m 규모다. 본댐인 세남노이 댐은 높이 74m에 길이는 1.6km 가량이다. 높이가 본댐에 비해 1/5 수준인 보조댐이 침하가 발생하는 동안 더 많은 수압을 받았던 본댐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3일이 지난 뒤, 보조댐의 침하 규모는 1m로 대폭 늘어났고 결국 다음날 저녁 붕괴됐다. 보조댐의 시공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정화 단계에서 1~2년 동안 1m 가량의 침하가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번처럼 급격하게 침하가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일단 침하가 발생하고 물이 범람하기 시작하면 댐이 붕괴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 최대 강우량으로 추산된 ‘최대치’를 넘지 않도록 설계 됐기 때문에 그 수준을 넘는 수압을 애초부터 보조댐 상층부가 견딜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붕괴된 보조댐 길이는 일반적인 보조댐에 비해 긴 편이라 수위가 높아졌을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긴급 방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최초 보조댐 침하 발견 시간이 SK건설의 주장대로 22일 21시경이었다고 하더라도(서부발전은 침하 발견 시간을 이보다 이틀 전인 20일이라고 설명했다) 즉시 비상 방류를 시작해 댐 수위를 낮춰야 했지만 긴급 방류는 6시간 뒤인 23일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시작됐다.

긴급 방류가 시작되고 15시간 만에 보조댐은 붕괴됐고 댐 하류 마을의 침수 피해가 속속 접수되기 시작했다.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이번 라오스 댐붕괴로 최소 70명이 사망했고 200명이 실종됐다. 라오스정부는 이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우리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해외긴급구호대를 가급적 조속히 파견하기로 했다.

SK건설은 이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주민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가슴아프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으나,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날 사과문에는 ‘댐 붕괴’ 대신 ‘범람‧유실’이라는 표현을 써 ‘댐 붕괴는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인 규명에 따라 피해보상 등 기업의 존립 자체가 달려 있고, 아직 현장 인명구조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책임 여부를 묻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업이 민관협력사업(PPP) 개발형사업 방식의 주요 사례인만큼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진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사고 원인이 나올 때까지는 사태를 지켜봐야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 당장은 SK건설에 대한 부실 시공이나 안전관리 지적보다는 인명 구조와 사태 수습이 제일 먼저 이뤄져야한다

이번 사고가 국내 기업에 대한 대내외 신임도에도 영향이 있는만큼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한다.

어쨌든 한국으로서는 쪽팔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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