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지옥불반도와 지옥정전

한반도가 불지옥인데 가장 느긋한 쪽은 냉방이 잘된 곳에 근무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입으로만 재난이니 뭐니 떠들고 있다. 바로 내놓지 않는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다.

지금의 무대책이 너희들을 심판할 것이다.

불볕더위 속에 전력 소비량이 늘면서 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가 정전됐다.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30분쯤부터 9시20분쯤까지 단지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4400가구 중 절반인 2000가구가 정전됐다고 사무소는 전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30분쯤 정전이 발생한 경기 고양시 한 아파트 단지는 이튿날인 1일까지 복구가 되지 않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올해 7월 전국 아파트 정전 건수는 91건으로 작년(43건) 대비 112% 증가했다.

신축 후 25년이 더 지난 노후 아파트의 정전 발생률은 15년 미만 아파트의 9.5배에 달했다.

온열질환과 가축 폐사, 농작물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31일 기준 폭염 온열질환자는 2355명이며, 29명이 사망했다. 돼지, 닭 등 가축 314만8000마리도 폐사했다. 농작물 피해는 157.6㏊에 이른다.

전국의 하천과 계곡은 물이 말라가고 있다. 낙동강 수계에는 녹조가 창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8월 중순쯤 낙동강 녹조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에 내려졌던 ‘관심’ 단계는 이날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관광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휴가철을 맞이했지만 야외 관광지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관광지, 실내 휴식공간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제주 방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6% 줄었다.

강원도 집계 결과 지난달 5일부터 28일까지 강릉, 속초 등 동해안 6개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360만40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줄었다.

경북 동해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경주 지역 해수욕장 5곳을 찾은 관광객은 5만9600여명으로,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낮시간대 해수욕장 모래 온도가 70도를 넘어 ‘피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월 한 달 동안 안동 하회마을 방문객도 지난해 7월 11만4590명에서 4만2685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21일부터 8월5일까지 열리는 경남 강주마을의 해바라기 축제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3분의 2가량 줄었다.

반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관광지, 쇼핑몰은 폭염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폭염이 지속되면서 7월 마지막 주(22~28일) 관람객이 첫주(1~7일)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었다. 어린이 실내체험시설이 많은 청주랜드도 7월 이용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다.

동굴도 인기다. 7월 강원 동해시 천곡동굴을 찾은 관광객은 2만39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 서울 도심의 복합쇼핑몰들에도 이른바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 ‘백캉스’(백화점+바캉스)족으로 불리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경우 7월 한 달 방문객 수는 약 422만명으로 전달보다 약 14% 증가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7월과 비교해 방문객 수가 32% 늘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청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