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제주도는 제주도 스스로 가진 삼다도의 자연에 돌하르방, 해녀, 아름다운 해변 등 그래도 있으면 세계적 자연관광지다.

그러나 최근 제주도의 실상은 딴판이다. 스스로 만든 개발이 제주도를 망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이 참여한 개발 프로젝트가 넘쳐나고, ‘묻지마 투자’도 크게 늘었다. 제주도는 쓰레기. 중국인, 자동차, 돈, 환경파괴가 많은 신 오다도 또는 신 오란의 섬으로 불린다.

한 해 동안 제주 땅값이 전국 평균의 5배이상 오르는가 하면, 제주시 도심 아파트값이 서울 마포구 집값과 맞먹을 정도다.

제주도 부동산 투자가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중국 자본 유치에 성공했지만

난개발, 환경 파괴 논란도 불거졌다. 제주시는 부랴부랴 해안변에 그린벨트를 설정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원하는 제주도.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거품 등으로 인해 주택, 교통, 환경, 난민 . 안보가 어지러운 ‘5란(亂)’의 섬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공공 의료체계 흔들 영리병원이 제주도에서 공인될까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자본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이 서귀포에 47개 병상 병원 완공을 해놓고 제주도지사의 최종 허가만 남겨 놓고 있다.

원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배운대로 도민 공론조사로 넘겨버렸다.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되는 제주 영리병원에 대한 최종 허가 여부가 다음달이면 판가름난다.

제주도민 200명이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올리면, 원 지사가 이를 토대로 영리병원의 영업 허가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13년이 넘게 사회 갈등을 빚어온 영리병원에 대해 공론조사에서는 의견 일치가 이뤄질까?

제주도가 국내 첫 외국 영리병원으로 추진하는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 차원의 신고리원전에 대한 공론조사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지역 차원에서 첨예한 현안을 두고 공론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루디(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보건복지부 승인 이후 2016년 4월부터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의 터에 778억원(운영비 110억 포함)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1만8223㎡) 규모에 47개 병상의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조성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개 과목으로 의사 9명과 간호사 28명 등 모두 134명을 채용했다. 제주도지사의 허가만 내려지면 당장이라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영리화의 첫발을 떼는 데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서 원희룡 도지사의 고민이 적지 않다.

영리병원 밀어붙이기 흑역사
제주 영리병원 도입 논란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이듬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은 의료 양극화와 공공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한 시민사회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과정에서 의료산업(영리병원) 활성화를 위한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이 2006년 12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핵심 프로젝트로 확정돼 추진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에는 제주도가 영리병원 홍보를 위해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 부인 교육, 특별 반상회, 각종 단체를 동원해 일간지에 지지 광고 내보내기 등 관제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어 당시 김태환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많으면 영리병원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 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대 39.9%, 찬성 38.2%로 반대가 많이 나왔지만, 김 지사는 같은 해 12월 재추진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에는 ‘영리병원’이 주는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며 ‘투자개방형 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밀어붙였다.

김 지사에 이어 취임한 우근민 지사도 2011년 1월 제주 영리병원 허용을 정부에 요청했다. 제주도가 밀어붙여 이뤄진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일어 영리병원 조항이 삭제된 채 2011년 4월 국회를 통과해 ‘국내’ 영리병원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그 뒤 제주도는 2013년 2월 중국의 싼얼병원의 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슬그머니 보건복지부에 신청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하는 등 영리병원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나, 싼얼병원의 대표가 구속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9월 투자 부적격 등을 이유로 승인을 불허했다. 이어 2015년 6월 다시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을 복지부에 요청해 허가 받았다.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법이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 등 2가지가 있는데 제주특별법이 더 완화돼 있다. 또 제주도가 의료를 관광산업으로 활성화하려고 하면서 제주도에서 계속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헬스케어타운을 개발하려면 영리병원이라야 한다고 못박고 계속 추진해왔다. 중국 자본을 유입해 부동산 개발로 제주개발을 하려는 제주도정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공론조사 왜?
녹지국제병원은 병원 건물을 완성하고, 현재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와 도지사의 허가만 남겨놓은 상태다. 사실상 도지사의 결정만 남았다.

앞서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12월18일 제주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그룹의 ‘외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했다.

그러나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지난해 8월28일부터 12월26일까지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병원 개원 허가 여부를 논의했으나 찬반 입장 차이로 격론만 벌이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위원 개인별 의견만 원희룡 지사에 전달했다.

앞서 의료영리화를 밀어붙였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제주도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부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참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돼 온 영리병원 문제를 원 지사도 혼자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2월 새로운 조례에 따라 영리병원에 대한 공론조사를 청구했다.

이에 원 지사는 3월8일 “공론화를 통해 도민사회의 상반된 의견을 조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론을 형성해 제주의 자치역량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길 기대한다”며 공론화 과정에 첫발을 디뎠다.

공론조사 어떻게 진행되나
제주도는 공론조사가 객관성과 공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무원을 배제하고 도내외 각 관련 기관·단체 등에서 위원 후보를 추천받은 뒤 지난 4월17일 9명의 위원으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 변호사)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결정하는 역할이 아니라, 도민 및 청구인, 사업자 쪽의 의견을 듣고 공론조사 설계 및 전체 과정을 살피는 조정 역할을 맡았다. 위원회는 그동안 전문가 초청 강연 및 간담회를 가졌고, 청구인 쪽과 사업자(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쪽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 쪽은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와 공론조사위원회에 대한 협조를 거부했다. 이어 지난달 30일과 31일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지역별 도민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3일부터는 제주도청 누리집에 ‘녹지국제병원 도민 토론방’을 개설하고 도민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여론조사업체가 작성한 설문지를 검토해 확정하고, 다음 주 안에 연령과 성별, 지역 등을 배분해 도민 3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 들어간다.

이어 200명의 도민 참여단을 찬성과 반대, 유보 의견 비율에 맞춰 구성하고, 워크숍 등 숙의 프로그램 절차를 거쳐 의견을 모으게 된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오는 9월 중순께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하게 된다.

급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지난달 30, 31일은 전국적인 폭염 기간이자 관광 최고 성수기여서 이런 사회적 현안에 주민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제주도 인구가 70만에 가까운데 텔레비전 토론회 등 제주도청이 토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찬반 평행선
지난달 30, 31일 열린 공론조사위원회의 도민 토론회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우석균 인의협 대표는 “영리병원은 의료로 돈을 벌겠다는 얘기다.

비싼 진료비를 내지만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인근 비영리병원의 진료비까지 올리는 효과를 촉발하게 된다”며 반대했다. 반면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가 비싸 부유층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이익 창출을 반대할 게 아니라 제주도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외국의료기관이 들어온다고 건강보험이 와해하지 않는다”며 영리병원 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장성인 연세대 의대 교수는 “영리병원은 의료선택권의 확대”라고 말했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쪽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건강보험증만 있으면 어느 병원이든지 가서 정해진 건강보험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영리병원은 이러한 규칙을 깨는 것이고, 제주도나 정부가 제주 지역 밖으로까지 이런 제도가 확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공공 의료체계의 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태민 전 제주도의원은 “녹지국제병원을 불허했을 경우 발생하는 수천억원의 손해배상 비용과 제주도의 대외적인 신뢰문제가 발생한다”고 찬성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불허할 경우 국제적 신인도가 떨어진다며 손해배상 등을 거론하며 겁박하는 느낌이다”고 했다.

오상원 위원은 “녹지그룹은 병원 운영을 해 본 적이 없어 사업계획서에 대한 명확한 검증과정이 있어야 하고, 공론화 과정이 단순히 찬반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대표는 “국내 의료법인이 녹지국제병원의 경영이나 운영에 관여하면 의료법 위반인데 국내 의료법인이 컨설팅 등을 통해 개입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보니 주민들이 ‘서귀포에 병원이 없기 때문에 영리병원이고 뭐고 병원만 있으면 된다’고 하던데 이 병원은 지역주민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제주도에 부족한 것은 질 좋은 진료인데 미용성형 등이 들어서는 게 질 좋은 진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신 서귀포시 지역의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 병원을 인수해 공공의료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원희룡 지사의 고민도 읽힌다. 원 지사는 지난 3월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만이 아니라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이라는 점에서 공공의료 약화와 의료영리화 논란을 빚어온 사회적 갈등 대상이었다.

시민사회가 공공의료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익적 관점에서 세밀한 과정을 밟을 것을 요구해온 반면 투자유치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제주도 및 국가의 신인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은 2006년 12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신규 핵심프로젝트로 선정돼 제이디시가 2008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서귀포시 토평·동홍동 일대 153만9천㎡의 터에 총사업비 1조5600억원을 들여 조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녹지그룹이 제이디시와 2012년 7월 1조130억원의 투자계약을 맺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6300억원을 투자해 콘도미니엄과 호텔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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