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평가에 군맹무상과 아인슈타인의 법칙이 있다.

군맹평상(群盲評象)은 쉽게 말해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절대적인 진리'와 '인식의 한계'를 밝히는 중요한 이야기다.

어느 왕이 대신에게 말하기를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맹인에게 보여라 하였다. 맹인들이 각자 손으로 만져 보았다. 왕이 맹인들을 불러모아 묻기로 그대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무엇과 비슷한것인가有王告大臣 汝牽一象來示 盲者 衆盲各以手觸 大王呼衆盲問之 汝見象類何物(유왕고대신 여견일상내시 맹자 중맹각이수촉 대왕호중맹문지 여견상유하물)하였더니,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의 모양이 무와 비슷하다 하였고,
귀를 만져 본 사람은 키와 같다고 하였고,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와 같다 하였고,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과 같다 하였고,
배를 만져본 사람은 독과 같다 하였고,
꼬리를 만져 본 사람은 새끼줄과 같다고 하였다.

서로의 말이 다르자, 그들은 자기 주장에 옳다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장님들이 관찰한 것은 모두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관찰한 코끼리의 모습은 그들이 서 있던 위치에 따라 달랐으며, 진정한 코끼리의 모습과도 사뭇 멀었다.

범인(凡人)은 모든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북송열반경(北宋涅槃經)》〈사자후보살품(獅子吼菩薩品)〉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선거, 전쟁, 평화 등 협상때마다 부딪히는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면 좋게 보이고 다른 경우는 비난과 욕 일색이다.

우주에도 우주전체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법칙은 존재한다.

평가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관찰한 우주의 모습이 우리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듯 평가하는 모습도 보편적 진실이 아니다. 진리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이어야 한다.

그것을 관찰하는 우리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관찰한 것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지식의 상대성과 인식의 불확실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대통령후보 영업사원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글에서 중맹을 군맹(群盲)과 같은 말로, 우인(愚人) 또는 중우(衆愚)라는 뜻이다. '군맹평상'이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며, 같은 뜻의 군맹모상(群盲摸象)과 군맹무상(群盲撫象)이라는 말도 함께 쓰고 있다.

오늘날에는 사물(事物)을 볼 때 작은 일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誤謬)를 범하는 태도에 대한 경고다. 잘못된 군맹평상의 결과는 `교병필패(驕兵必敗)`다. 교만, 거만, 오만, 태만, 방만, 산만한 자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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