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인도의 거리에는 주인이 없어 보이는 소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소가 길을 건너가면 자동차도 서서 기다리고 사람도 비켜서서 길을 양보한다.

5000만 마리 물소를 제외하고도 인도 재래종 소만 하더라도 2억 마리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를 잡아먹지 않는다.

인도의 재래종 소인 '보스 인디쿠스(bos indicus)' 암수는 모두 힌두교 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시바 신전의 입구에는 수소 난디를 타고 하늘을 나는 복수의 신 시바의 초상이 걸려 있고, 가장 인기 있는 신이자 자비의 신 크리슈나는 암소의 보호자로 그려진다.

특히 힌두교도들에게 암소는 여신이 가지는 것과 같은 신성한 힘을 지닌 존재이다. 따라서 힌두교도들은 암소를 돌보거나 암소 앞에 서 있거나 암소를 보기만 해도 행운을 얻게 되며 악을 쫓고 악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믿는다.

또한 그들은 암소로부터 나오는 모든 것이 신성하다고 믿는다. 암소의 다섯 가지 부산물, 즉 우유·엉긴 우유·정제 버터·소변·대변은 정화 능력이 있다고 본다. 암소의 보호자인 크리슈나를 기념하는 축제에서 사제들은 소똥으로 신의 모습을 빚어 제의행사를 한다.

다른 축제들에서는 사람들은 소 떼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무릎을 꿇고 기다리면서 방금 배설한 쇠똥을 이마에 발라 은혜를 입기를 기원한다. 소의 발굽으로 일으키는 먼지조차도 이로운 물질로서 효능이 있다고 믿어 의약품의 재료로 쓰인다. 주부들은 마른 쇠똥과 쇠똥의 재를 청소에 이용하며 마루와 난로를 정화하는 의식에 사용한다.

힌두교의 암소 숭배자들은 암소를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늙어서 우유도 짤 수 없는 암소를 아무 소용없다고 죽이는 행위는 어머니가 늙었다고 살해하는 행위와 동일하게 여긴다.

이렇듯 신성한 암소는 힌두교의 윤회설과 관련돼 있다. 힌두교는 모든 존재가 열반을 향한 다양한 단계에 있는 영혼이라고 보고 있다.

악마로부터 소에 이르려면 86번의 윤회를 거쳐야 하는데, 한 번 더 윤회하면 인간이 된다.

따라서 암소를 죽인 사람의 영혼은 가장 낮은 단계로 미끄러져 이 모든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힌두교 신학자에 따르면 암소에는 3억 3000만의 신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 힌두교도들은 이렇게까지 소를 신성시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왜 소 보호와 소 숭배가 힌두교의 중심교리인가?

대부분의 다른 주요 종교에서는 쇠고기를 먹는 것을 허용하는데, 왜 힌두교는 쇠고기를 금기음식으로 여기는가? 쇠고기 금식 현상의 기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정권유지와 권력강화가 핵심이 원인 일수도 있다.

인도연방 헌법에서도 소의 도살 금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에서도 '소보호법'을 제정했다.

1996년 맥도날드가 인도에 진출했는데 쇠고기 대신에 양고기나 닭고기, 물소고기를 사용한 햄버거를 팔기로 한 것은 인도인들의 소 숭배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소 숭배와 보호는 인도의 지배적인 종교인 힌두교의 중심사상이다.


무역전쟁과 통화 긴장으로 인한 글로벌 위협이 높아지는 만큼 인도 집권당은 선거를 앞두고 경제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소가 정권유지에 한 몫하고 있다.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5월과 6월 사이 기존 4.5%에서 4.6%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 물가 상승률은 5% 상승했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4%)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최근 몇 주간 유가가 하락한 데다 달러 강세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내 무슬림들의 삶이 악화된 건 인도 정부의 태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소보호를 목적으로 한 힌두교도 중심의 자경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 정당 인도국민당(BJP)은 힌두교인들에게 소 보호를 위한 일을 할 것을 독려, 소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무슬림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

소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인도 무슬림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BJP에 의한 소 보호 강화 조치 이후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인도 소 수출 산업은 15%나 줄었다. 인도 최대 주인 우타르프라데시주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 중 한 곳이다.

지난해 취임한 BJP 소속 요기 아디티야나트 주총리는 소 도축장을 폐쇄시키고, 5만여개의 정육점을 문 닫게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우타르프라데시주 마하반에 사는 2,200여명의 무슬림 중 3분의 1은 직업을 잃었다.

무슬림들을 위한 시설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소를 보호한다는 건 무슬림을 탄압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힌두교를 우위에 두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소 중에서도 버팔로는 힌두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대상이 아닌데, 버팔로를 운반하거나 거래하는 것조차 문제를 삼는 건 대표적 사례다.

자경단들은 뇌물을 요구하면서 원하는 만큼 돈을 주지 않으면 때리거나 근거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찰도 적지 않다.

경찰과 극단적인 힌두교인들이 버팔로와 트럭을 뺏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합법적으로 버팔로를 거래하는데도 이 같은 방해 공작으로 지난해 기준 이송 비용이 30%나 증가했다

인도는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고, 우주산업에서 미신산업까지 복잡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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