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한국은 관료부정부패에 너무 관대하다.
합법적 세금 도둑질, 관행적 도둑질, 관피아 등의 세계에 너무 가혹하지 않다.

고졸 학력으로 주방보조와 단순 사무직 등을 거쳐 1982년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치인. 후에 노동부, 평등부, 지속가능 발전부의 최연소 장관 등을 거치고 부총리직에 오르지만 1995년 가을, 스웨덴 최초의 여성총리를 눈앞에 두고 공직자용 신용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부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스웨덴이 강한 이유는 공적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1995년 스웨덴 부총리이자 총리 후보였던 모나 살린은 업무용 카드로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을 샀던 사실이 보도되면서 결국 사퇴했다. 한국같으면 처벌도 안받고 뉴스에 나올 일도 아니다.

초콜릿을 포함 총 4회에 걸쳐 국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34만원어치 개인용품이 창창한 정치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스톡홀름의 슈퍼마켓에서 조카에게 줄 토블론 초콜릿과 기저귀 같은 생필품을 법인카드로 2,000크로나(약 34만원) 사용한 사실이 알려졌고 스웨덴 신문인 엑스페레센은 "정부와 국민의 돈과 개인의 돈을 구별하지 못한다."며 부총리였던 살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건은 법인카드로 구매한 물건 중에 토블론 초콜릿이 있어 토블론 스캔들로 불리게 되며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살린은 부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이후 10여년간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토블론 스캔들이 알려질 수 있었던 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갖는 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스웨덴의 정보공개 제도 때문이다.

모든 공문서는 납세자인 시민의 공유재산이며 시민에게는 ‘알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이러한 제도의 배경에 있다.

살린의 사소한 세비 사용내역이 알려진 것도 이런 공적인 기록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국내 장관 후보들의 위장전입이나 세금탈루, 편번증여, 논문표절 사례에 비추어 보면 상대적으로 투명한 부총리였다는 생각이다.

이후 2007년 모나 살린은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좌파 연합을 누르자 사회 민주당 당수로 출마, 118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당수로 선출되고 좌파 연합 전체 지지율을 54.2%까지 끌어올리게 된다.

2006년 후에 벌어진 2010 총선에서는 과반수 당 없이 좌파와 우파가 의석을 반씩 나누게 된다. 각료 시절 모나 살린의 화두는 '인간이 소외되지 않은 노동'이었다.

갑자기 스웨덴 전 부총리의 스캔들을 얘기한 건 국정감사철과 인사청문회를 지나며 한국인의 세금도둑에 대한 잣대가 너무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Toblerone

토블론 초콜릿은 다국적 식품회사인 크라프트 푸드의 스위스 지사에서 생산하는 초콜릿. 독일어로 토블레로네로 읽거나 영어로 토블론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삼각기둥의 초콜릿 모양을 보고 원산지인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에서 모티브를 얻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스위스 국경에 설치돼 있는 탱크 저지선인 토블론 라인 모양에서 따왔다

세계에서 스니커즈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콜릿이란 얘기도 있다 (The Top 10 Bestselling Chocolate Bars) 현재 국내에서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세가지 종류의 토블론을 섞어서 단품보다 가볍게, 하지만 몇배 더 비싸게 파는 요상한 상술을 부리고 있다.

모나 살린은 슈퍼마켓에서 사용한 2000크로나는 국내 정치 상황에 비추어보면 사소한 일이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이지만 스웨덴에서는 적폐로 보았다.

이런 점이 스웨덴과 한국의 수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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