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네 자식만 중요하냐 남의 자식도 중요하다.
네 인권만 중요하냐 남의 인권도 중요하다.
책임만 묻지말고 권리와 대우를 해주라

김포 어린이집 교사 사망 사건의 발단은 맘카페에 올린 아이 이모의 글이었다. 이모는 조카의 학대 피해 장면을 마치 본 것처럼 적으며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모는 “본 일이 아니고 들은 일”이라고 했다.

사망한 교사의 동료는 이 맘카페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다”고 원통해했다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자기 책임은 뒷전이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학교나 어디에 맡기면 그것으로 책임이 끝나는줄 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돈 몇푼쥐어주면 끝나는줄 안다.

가장 많이 아픈 사람은 누구의 아들 이거나 딸인 보육교사들이다. 저임금에 CCTV 감시에 학대 의심까지 하면서 그 직업을 이어가야 한다.

죽일듯 책임추궁해 놓고 오해 풀리면 유야무야하는 이상한 부모들이 많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해를 사 ‘맘카페’에서 신상이 털릴 뿐만 아니라 폐쇄회로(CC)TV로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마냥 아이를 좋아해 보육교사가 된 이들이 자괴감에 빠져 일을 관두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김포 어린이집 홈페이지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담은 추모글이 잇따랐다.

인터넷 맘카페에서 아동학대 보육교사로 낙인 찍혀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일했던 곳이다. 보육교사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우리를 존중해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가해자 취급을 당하다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선생님 안아드려’로 끝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일을 보며 현장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전남의 한 어린이집은 지난 1월 맘카페에 아동학대 제보 글이 올라와 원아 수가 20여명 급감했다. 학부모가 “아이가 다치고 왔는데 선생님이 학대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6개월 분량의 CCTV까지 확인한 끝에 증거가 발견되지 않자 맘카페에 글을 올려버린 것이다.

해당 어린이집 교사는 “가해자로 의심받은 교사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CCTV도 보육교사들의 인권을 옥죄고 있다.

경기의 한 어린이집에서 4년간 일한 이모(25)씨는 아동학대 의혹을 받아 학부모와 함께 지켜본 CCTV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깊은 자괴감이 들어 일을 관뒀다.

이씨는 “내가 왜 감시받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학부모의 지나친 의심에 많은 보육교사가 퇴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를 안아주는 모습이 CCTV에서 학대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스킨십을 자제한다”면서 “아이를 참 좋아했는데 점점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맘카페의 부작용이 결합된 결과라 말한다.

절대 을의 위치에 있는 보육교사들은 부당함을 호소할 곳이 없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자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맘카페 회원들이 공격 성향을 띠면 당해낼 수가 없는게 을인 보육교사들이다.

2015년 인천 아동학대 사건 이후 어린이집 CCTV가 의무화됐지만, 교사 한 명당 아동의 비율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아동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만큼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도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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