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한국인들중 대부분 기득권들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을 부흥시키지 않는다. 대부분은 부동산값으로 뜯어먹고 챙겨둔 돈으로 호의호식하거나 전관예우로 거들먹거리며 현정부를 비판하고 정치권을 기웃거린다.

이런 세태를 비웃기라도 하듯 장관 퇴임 바로 다음 날인 2016년 9월 6일. 이동필(63)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고향 경북 의성군으로 귀농했다.

이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관료를 지냈기에 자신도 책임이 무겁다며 역대 농림부 장관 중 가장 오랜 3년 6개월간의 재임 기간을 뒤로하고 농부의 삶을 선택한 지 이제 꼭 2년째되는 인물이다.

이동필 전 장관의 돌아가신 아버지가 40여 년 전 지었다는 집 마당에는 ‘애일당(어머니와 지내는 하루가 사랑스럽다는 뜻)’이란 정자와 사랑채인 ‘사원제(음수사원에서 따온 말로 어려울 때 맺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가 자리했다.

전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생산한 마늘이 지역농협 파머스마켓에서 판매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 안동농협(조합장 권순협)은 최근 안동시 당북동에 위치한 파머스마켓에서 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이 직접 농사지은 의성마늘을 판매하고 있다.

안동농협은 이 전 장관이 생산한 마늘을 공급받아 깐마늘로 가공해 1㎏들이 한봉지에 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포장지에는 ‘이 장관의 땀이 서린 의성 깐마늘’이란 문구와 함께 이 전 장관의 캐리커처를 새겼다.

농촌경제연구원장과 장관 시절 거의 매주 현장을 찾았지만, 그때 보고 느낀 농촌과 실제 농부로 사는 지금의 농촌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것은 극명한 차이로 나타냈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농업농촌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기보다 그저 밥벌이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나”라고 자책했다. ‘답전보’로 후배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주고 싶다고도 했다.

‘답전보’는 조선 건국 공신인 정도전이 유배지에서 벼슬아치의 잘못됨을 질타하는 농부와의 대화를 기록한 글이다.

농업인들이 생산보다 판매를 더 걱정하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도 지적했다. 농사를 잘 지어 풍년이 들면 가격이 내려가 걱정, 흉년으로 농산물이 없으면 팔 것이 없으니 이래저래 걱정이라고 했다. 지역 농협이 공부하고 역량을 키워 발 벗고 나서면 이런 문제점을 상당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특히 6차산업과 스마트팜이란 새로운 농업에 대해 농업인 자녀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 전 장관이 2년의 농촌 생활에서 느낀 점이다.

전 장관이 농촌으로 내려와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것은 자신이 해결하지 못했던 농촌 문제와 전 정권에 대한 ‘속죄 의식’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로 바람직한 삶이라 생각한다.

고향을 떠나 서울과 근처에서 한 자리 주어질까 곁눈질하는 인간들보다 나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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