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민들레(Dandelion). 별명 ‘앉은뱅이’의 비밀

프랑스어로 민들레는 ‘pissenlit’라고 하는데, 17세기 영어 이름인 ‘piss-a-bed(‘침대에 오줌싸기’라는 뜻)’와 일맥상통한다.

영어 이름인 ‘dandelion’은 프랑스어 ‘dent de lion(사자의 이빨)’에서 유래하였으며, 그 톱니 모양의 잎에서 비롯된 듯하다. 치커리의 사촌 격인 민들레(Taraxacum officinale)는 이뇨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샐러드용 야채이기도 하다.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barbe de capucin(수도사의 수염)’이라는 아주 시적인 이름이 붙은 치커리와 마찬가지로 하얀 민들레 역시 암암리에 재배한다. 3월에 맛이 가장 좋은 계절 별미다.

2009년 이후 민들레는 약용으로 좋다는 말 한 마디에 계속 수난을 겪고 있다.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빈 봉투와 과도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면서 보이는 족족 민들레를 캔다. 민들레 뿌리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민들레에 과학이 숨어 있다.

민들레 씨앗은 쾌청하고 솔솔 바람이 잘 부는 날엔 심지어 몇 킬로미터까지도 날아가는 특별한 비행 비법을 지니고 있다.

민들레는 바람을 매개로 자손을 번식시키는 풍매화다.

민들레 비행 비법은 씨앗을 매단 갓 모양 털들 주변의 독특한 소용돌이 덕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민들레 씨앗은 단풍나무 씨앗처럼 날개 구조를 지니지 않으면서도 멀리 안정적으로 날아가, 그 비행 비법이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어왔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유체역학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에 붙은 갓 또는 우산이나 낙하산 모양의 머리 부분에 있는 90~110개 가닥의 강모(갓털/관모, pappus) 사이 빈 공간을 지나는 공기 흐름이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덕분에 씨가 쉽게 낙하하지 않은 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그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의 비행에 도움을 주는 이런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는 이전에 주목받지 못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에든버러대학 보도자료에서 “민들레 씨앗의 비행처럼 자연에 있는 독창적 구조물을 면밀하게 살피다보면 새로운 통찰을 얻곤 한다”면서 “우리는 재료와 에너지의 비용을 최소화 하는 자연의 비행 해법을 발견했으며 이것은 지속가능한 기술의 공학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위쪽에 소용돌이 고리를 만들면서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의 방법은 자연에서 진화해온 진귀한 비행법이면서 또한 전력 소모를 최소화 한 소형 드론 같은 비행체에 응용될 수 있는 자연모방공학의 방법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연구진은 기대한다

서양민들레와 한국민들레의 차이는 꽃받침에서 알 수 있다. 한국의 자생 민들레는 꽃받침이 그대로 있지만 서양민들레(Taraxacum officinale Weber)의 경우는 아래로 쳐져 있다. 이것이 가장 구분하기 쉬운 방법이다. 어린잎은 식용, 뿌리를 포함한 전초는 약용으로 쓰인다.

옛날 노아의 대홍수 때 온 천지에 물이 차오르자 모두들 도망을 갔는데 민들레만은 발이 빠지지 않아 도망을 못 갔다. 사나운 물결이 목까지 차오자 민들레는 두려움에 떨다가 그만 머리가 하얗게 다세어 버렸다.

민들레는 마지막으로 구원의 기도를 했는데 하느님은 가엾게 여겨 그 씨앗을 바람에 날려 멀리 산 중턱 양지바른 곳에 피어나게 해주었다. 민들레는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오늘까지도 얼굴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며 살게 되었다고 한다.

(민들레)
한방에서는 뿌리와 꽃피기 전의 전초(全草)를 포공영(蒲公英)이라 하며 해열·소염·이뇨·건위의 효능이 있다고 하여, 감모발열(感冒發熱)·인후염·기관지염·임파선염·안질·유선염·간염·담낭염·소화불량·소변불리·변비·정창(疔瘡)의 치료제로 이용한다.

뿌리와 줄기를 자르면 하얀 젖 같은 물이 흘러서 민간에서는 최유제(催乳劑)로 이용하기도 한다. 요즈음 고미건위(苦味健胃)의 약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성인병 퇴치의 산채(山菜)로 이용하고 있다.

봄철에 어린잎은 나물로 이용한다. 뿌리에 들어 있는 물질은 베헨산(behenic acid)과 같은 지방산과 이눌린(inulin)이 들어 있고 타락세롤(taraxerol)·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카페산(caffeic acid)이 있다.

민들레는 겨울에 줄기는 죽지만 이듬해 다시 살아나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마치 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백성과 같다고 하여 민초(民草)로 비유되기도 한다.

민들레 잎은 생잎으로 먹는 것이 최고다. 예전에는 구황식물로 반찬이 아닌 양식으로 먹을 때도 있었다. 나물로 무치면 쌉쌀하다. 그래서 민들레는 날 것으로 먹거나 쌈으로 먹기도 하지만 생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특히 음식을 잘못 먹어 배가 아플 때 민들레를 달여 먹으면 좋다. 기침, 폐결핵, 위궤양에 좋고, 산모의 젖이 부족할 때 나물로 먹거나 민들레 뿌리를 달여서 차로 먹어도 된다.

평소에 마시는 차처럼 달인 민들레 차를 3~4개월 복용하면 간 기능이 좋아진다. 간 기능이 아주 약화된 환자는 민들레차를 2~3개월 복용하면 완치된다.

중풍환자도 민들레차를 마시면 좋다. 민들레차는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 맛은 구수하지만, 이뇨작용이 있어 많이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설사 증상을 보이면 잠시 끊었다가 양을 차츰 늘려간다. 민간요법에서는 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도 사용하는데 뿌리를 캐서 말려 가루를 내어 복용하거나, 꿀로 환약을 만들어 먹는다.

위액 분비가 적으며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고 배가 아프며 변비가 있고 간장 장애 증상이 있을 때도 이용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생즙으로 마신다. 해열작용에 약효가 있다.

민들레를 말렸다가 분말로 먹어도 좋다. 위염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다. 버짐이 난 사람은 민들레 뿌리를 말려서 가루로 먹고 민들레 뿌리를 짓찧은 즙을 발라도 좋다. 체질 개선에도 이용된다. 흑설탕과 민들레를 3:7로 단지에 재워 15일 경과하면 체에 걸러 냉장보관하며 먹는다. 장기 복용하면 체질개선 및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야생 민들레와 재배한 민들레의 차이는 그 향미에 있다. 가장 어리고 가장 부드러운 이파리를 제외하면 야생 민들레는 거의 기분 나쁠 정도로 쓰지만, 데치면 훨씬 맛이 순해진다. 봄에 딴 민들레꽃으로는 벌꿀과 젤리의 중간쯤인 황금빛의 달콤한 병조림 ‘크라마요트(cramaillotte)’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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