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특별검사제도가 위헌이 아닌기에 특별재판부도 위헌이 아니다. 물론 특별재판부는 흔히 알고 있는 특별검사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검사는 행정부 소속으로, 그들의 상관인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특별검사를 선임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재판은 모든 의혹과 수사에 대한 유무죄를 판결하는 것으로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권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쟁범죄나 테러, 과거사 청산 등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에 대해서만 말 그대로 특별하게 추진되고, 또 관련 법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는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당시 구체제 인사 등을 처벌하기 위해 독일의 침공을 받은 폴란드 역시 반역과 전범 사건을 위해 특별재판소를 설치했다.

한국도 특별재판소가 있었다
해방 직후 친일파를 단죄하기 위해, 4.19 이후 3.15부정선거 관련자를 처벌하기 위해, 5.16 이후다.

지금도 몇몇소수 국가에서만 운영될 뿐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선 설치할 근거가 없거나, 아예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놓은 상태다

지금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그 이유는 아시다시피, 재판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민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수 영장을 기각해버리고 누가 봐도 제 식구 감싸기로 똘똘 뭉친 그들에게, 누가 직접 그들의 손에, 그들의 재판을 맡길 수 있다고 볼수 없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더 낫다는 말이 괜히 나온다.

지금 재판부는 당장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자, 말자를 두고 싸울 때가 아니다. 재판부는 자신들에 대한 신뢰 붕괴가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진다는 걸 깨닫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서로 싸우던 이들이, '그래 법정에서 따져보자!'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재판부를 믿기 때문일 텐데, 이젠 이 말도 못 하게 생겼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권위로 인정받던 사법부조차 믿지 못해,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인 재판부를 별도로 만든다는 건, 말그대로 대한민국의 '치욕'이다. 그럼에도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일부 판사들은 '국제적 망신이다, 고개를 들 수가 없다'라고 한숨 짓고 있다


'특별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재판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알아보자.

1.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 주요 골자

▲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상사건의 강제수사(구속, 압수, 수색 등)를 위한 영장심사를 전담할 특별영장전담법관 1인을 둔다.
▲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대상사건을 재판할 특별재판부(3인)를 둔다.
▲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 법관은 변협, 판사회의 및 시민사회 대표로 구성하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여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 대상사건의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

2. 특별재판부의 필요성

나는 그동안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 생각해 기존 제도 하에서 재판이 이뤄지길 바라왔다. 우리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재판 진행을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제도도 법원이 적정한 배당원칙만 세운다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연이 없는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원은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민의 사법불신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의의 위기이자 국가의 위기이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이런 상황에서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주권자 대표기관의 헌법수호적 입법조치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 헌법적 근거는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102조3항이다.

3. 특별재판부 구성 원칙

논자 중엔 특별재판부는 특정인을 상대로 한 특별법(처분적 법률)이라 평등권에 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그렇지 않다. 만일 특별재판부가 위헌이면 그동안 여러 차례 설치된 특별검사도 모두 위헌이다. 우리 헌재는 이미 특검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특별재판부 설치에 정당성이 있고 그 운영방법이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를 본질적으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위헌문제는 없다.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농단 관련자와 관련 없는 법관들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외에는, 피고인들에게 어떤 절차적 불이익도 가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들에게 헌법과 기존 형소법에서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가 침해된다면 위헌 논란이 나올 수 있다. 특별재판부는 일반 법원과 다른 특별재판소가 되어서는 안 되며, 피고인에게 일반절차와 다른 특별한 절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현재 제안된 특별법의 내용 중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하고 재판기간을 단축하는 특례는 적절치 않다. 이런 내용은 자칫 피고인에게 보장된 평등권이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위헌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


4. 특별재판부 명칭

특별재판부는 명칭에서 일반법원의 재판부와 다르다는 편견을 주기 쉽다. 현재 구상하는 특별재판부는 특별한 절차를 적용하는 특별재판소가 아닌, 일반법원의 전담재판부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런 면을 부각시키는 명칭이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일단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전담 재판부'라는 명칭을 제안한다.

5. 국제인권기준 위반에 대한 우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만들면 특별재판소 설치를 금하는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법률가들이 있다. 유엔 사법부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Basic Principles on the Independence of the Judiciary) 제5항(모든 사람은 기히 확립된 법적 절차가 적용되는 일반 법원이나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기히 정당하게 확립된 법적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재판소가, 일반법원이나 재판소에 속한 관할권을 대체하기 위해, 창설되어서는 안 된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우려는 위 원칙을 잘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 위 원칙은 피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일반법원과 다른 절차를 갖는 특별재판소'(Tribunals that do not use the duly established procedures of the legal process)를 금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법원과 다른 특별재판소를 설치해 3심 재판을 단심 재판으로 줄여서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가 논의하는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안처럼, 일반법원에서 재판하되,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까지 금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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