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주산’ 귤을 선택했다. 군(軍) 수송기 4대를 통해 제주산 귤을 북한 평양으로 보낸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귤은 모두 200톤(t)으로 10kg들이 상자 2만개에 담겼고 이날과 다음날(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2번씩 모두 4차례로 나뉘어 운반된다.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지난 9월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김 위원장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우리 측이 답례하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미상봉 이산가족 중 고령자를 우선해 송이버섯 500g씩을 보냈다.

이번 선물의 원산지인 제주도는 김 위원장 외조부인 고경택의 고향이다. 지난 2014년에는 제주도에 김 위원장 외가의 가족 묘지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었다.

김정은 외할아버지 고경택

1913년에 제주에서 태어나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일본에서 김 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 등 3남매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경택은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제주 봉개동에는 고경택의 허묘(虛墓)가 발견됐었다.

제주도 한라산
북한의 백두산에 비견되는 우리나라의 대표 산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북악산 등반 자리에서 김 의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한라산에 함께 오르는 일정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당시 임동원 국가정보원장에게 제주의 아름다움을 언급하며 “앞으로 정상회담을 제주도와 한라산, 백두산을 오가면서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실제 정상회담 이후 추석 무렵 당시 대남 비서인 김용순 비서가 남측을 방문해 제주도를 다녀가기도 했다.

당시 10대였던 김 위원장의 머릿속에도 남북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위급 당국자의 서울 및 제주도 방남의 잔상은 깊게 남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가 이날 북한에 귤을 보낸 것은 시기 면에서 절묘하다는 평가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미고위급회담이 갑작스럽게 연기된 직후라는 점에서다. 당초 청와대는 북미가 ‘8일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가졌다.

일각에서는 귤이라는 품목 자체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을 바라는 문 대통령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북악산 등반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뤄지면 제주 한라산에 함께 오르는 일정도 소화가 가능하다고 했었다.


아울러 일련의 상황에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의 이날 동반 북한행(行)에도 눈길이 쏠린다. 두 사람 모두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을 맡고 있고 천 차관의 경우, 앞서 두 차례 대북특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사실상 ‘귤 특사’가 된 두 사람이 결국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얘기를 나누고 돌아올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천 차관의 카운터파트는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지만 ‘청와대의 선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과의 만남이 있을 수 있다. 귤 수송은 12일까지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천 차관과 서 비서관은 1회차(11일 오전 8시)만 방북하고 오후에는 돌아온다.


귤은 귤이다.
귤이 탱자가 되는 귤화위지(橘化爲枳)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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