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5일 일본의 시치코산(七五三(しちごさん)은 7세, 5세, 3세 아이의 성장을 기원하는 행사다.


일본의 전통 명절 시치코산은 남자 아이가 3살·5살, 여자 아이가 3살·7살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아이의 무사한 성장을 신사 등에서 감사하고 축하하는 행사다.

예전에는 연 나이를 기준으로 했으나 현재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성장을 축하하기 위해 홍백을 물들인 가래엿을 먹는다.

시치는 7 고는 5 산은 3으로 직역하면 753이다. 일본의 대부분의 연중 행사가 그렇듯이, 이것도 원래는 음력 11월 15일에 열렸다.

음력 11월이면 양력으로는 12~1월 내외라서 농사가 완전히 끝난 뒤였다. 농한기 보름날에 한 해 수확을 고마워하고,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현대에서는 양력 11월 15일에 열리지만, 11월 주말을 고르는 일도 많다.

홋카이도처럼 추운 곳에서는 10월 중에 행사가 열린다. 이 날이 되면 가정에서는 팥찰밥을 만들고, 머리와 꼬리가 붙은 생선 등을 준비하여 축하를 한다.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로 7세까지는 「신의 아이(神の子)」라고 하여 죽어도 다시 환생해 온다고 믿었다.

때문에 7세까지 무사하게 자란 것을 신사에서 씨족신에게 보고하고 앞으로의 행복을 기원했던 것이 시치고산이다. 축원하는 연령의 3세, 5세, 7세라는 것은 중국에서는 기수가 운기가 좋은 수로 여겨진 것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3세는 「카미오키(髪置)」라고 해 처음으로 머리를 기르는 의식이고, 5세는 「하카마기(袴着)」라고 해서 처음으로 하카마(袴- 겉에 입는 아래옷 )」를 입는 의식. 그리고, 7세는「오비토키(帯解)」라고 해서 츠케오비(付け帯)를 풀고 어른들이 매는 오비(帯)을 매는 의식을 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시작은 도쿠가와 막부 5대 쇼군 쓰나요시(綱吉)가 병약한 장남 도쿠마쓰(?松, 1679~1683)의 건강을 기원하는 행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유력한 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17세기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 명확하지는 않다.

음력 11월은 수확을 마치고 신에게 감사하는 달이다. 보름날 마을사람들은 수호신을 찾아 수확을 감사하고 아이의 성장을 감사하고 가호를 빈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외에도 3살이 되면 아이의 머리를 더 이상 밀지 않고 기르기 시작하는 ‘가미오키(?置)’ 의식, 5살이 된 남자아이가 처음으로 하카마(정장바지)를 입는 ‘하카마기(袴着)’ 의식, 7살 된 여자아이가 어른과 같은 모양의 오비를 하는 ‘오비토키(?解)’ 의식에서 유래되었다는 말도 있다.

이런 의식을 통해서 남아는 비로소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여아는 하나의 여성으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메이지 이후 음력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서 양력 11월 15일이 ‘시치고산’ 날이 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역에 따라 13세가 되는 해 축하 행사(十三?り)를 하는 곳도 있고, 날을 달리하는 곳도 있으며 호사스럽게 피로연을 베푸는 곳도 있다. 여하튼 내 새끼 잘 자라서 고맙고, 더 잘 자라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긴 날이다.

사실 일본도 근대이전 아이를 무탈하게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역병, 영양 등의 문제로 영유아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7살이 되기 전까지는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세상과 저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라 언제라도 신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러니 죽음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7살이 된 후 비로소 지역사회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되었다. ‘시치고산’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비롯된 의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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