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세종=청주일보】보은군 장안면 전면장 이길자씨
【충북·세종=청주일보】남윤모 기자 = 충북 보은군 장안면 이길자 면장이 37년 간의 공직생활 마감 후 어렵고 힘든 이들의 교사로 변신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이 전 면장은 장안면 출신으로 지난 1979년 9월 장안면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법무, 감사, 민원, 재산관리 주무관을 거쳐 5급 과장인 의회전문위원과  산외면장, 장안면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장안면으로 돌아와 지난해 6월30일자 정년퇴직했다.

이렇게 37년의 공직생활을 마치자 친구들은" 연금 받으며 그 동안 못했던 거 하고 살아라"고 말하지만 공직생활 후가 더 빠쁘다.

이길자씨는 공무원으로 생활하며 각종 민원으로 군청을 찾지만 한글을 몰라 쑥스러워 하는 민원인 어르신들을 볼때 마다 안타까워 대신 적어주곤 했다. 그 마음이 미련이 남아 퇴직 후 각종 기관에서 개설한 한글학교 교사를 자청했다.

문해교실에는 한글을 몰라 한이 됐던 어르신,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주로 수강하며 한글 배우기에 그 어느 곳보다 열기가 높다.

이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은 최근 "부모도 자식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자녀를 키우고 공직생활을 하며 느끼고 배웠던 노하우를 주제로 부모교육, 마을주민 화합교육, 학교폭력 및 데이트 폭력 예방 강사로 공직보다 더 빠쁜 나날을 보내며 점심도 거른 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열정적인 봉사활동을 소중한 인연과  열매로 다가왔다. 어르신 문해교육 강사로 1년6개월을 지도한 어르신들이 보은군이 주최한 한글쓰기 대회에 나가 9명 중 5명이 상을 타는 소소한 행복도 누렸다.

이날 상을 탄 한 어르신은  "선생님 덕분에 세상에 태어나 상을 처음 타 본다. 상장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가슴에 품어도 보고 잘 때면 이불 속에서도 본다"며" 나 선생님한테 글 배워서 이제 저승 가서도 할 말이 생겼어 선생님 고마워 내 자식보다 선생님이 더 좋다"며 꺼이꺼이 울던 기억이 생생해 더욱 힘을 낸다.

또 부모교육 강사로 학부모 대상 강의를 할 때면"강사님! 난 아이들에게 너무 잘못한게 많아 애들 미안해서 어떻게 봐요“ 난 나쁜 아빠인가 봐요!"라며 경제적 및 가족 간의 대화부재  등으로 자책하는 학부모를 토닥이며  부모로서 자신의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녀 교육에 관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이길자 강사는 특히 물설고 낮 설은 먼 남의 나라에 시집와 한글을 몰라 어쩔줄 모르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을 볼 때면 더욱 힘을 낸다.

이길자씨는"대부분 별다른 준비 없이 공직을 마감하면서 30년 이상을 일했으니 이젠 쉬어야지 하긴 뭘 해 하면서 퇴직을 맞이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며"공직생활 전부터 하고 싶었던 강사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7년 전부터 야간에는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고 주말에는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부모교육 강사 ,문해교육 강사 등 자격증 공부와 실습을 병행했기에 퇴직 후 바로 마을 경로당에서 문해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재직 시 친절과 봉사로  민원봉사대상을 수상하고 틈틈히 모은 돈을 모교인 속리초에 장학금으로 기부해 온  이길자씨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언제든 달려간다"며 "자신으로 인해 어느 한사람이라도 행복해 지고 변화하는 게 그녀의 바램이고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요즘은 그림책 동화에 푹 빠져 인성과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그림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해 보고 싶다"면서 그녀는 오늘도 가방을 둘러메고 교육의 현장으로 달려간다.

현재 이길자씨는 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리더쉽센터 부센터장으로 활발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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