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1)인상 폭 제한 없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
(2)지방자치 27년 살림 살이 나아지셨나요
(3)뭐 한일 있다고 툭하면 월급인상
(4)차라리 지방자치를 없애든지 무보수 명예직으로 가자

지방의회 “공무원 5급 월급 달라” 시행령 고치자마자 ‘셀프 인상 바람’

전국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논란

지방의원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해 전국 곳곳이 시끄럽다. 의정비를 더 받고 싶어 하는 의원들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은 인상 폭 제한을 없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이다.

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27년이다.

인상 폭 제한을 없앤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령을 계기로 의원들이 현실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대폭인상을 요구하자 시민단체들은 엉망인 지방의회가 밥그릇만 챙기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뒤 비판하는 게 순서라며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시민단체는 신뢰받는 의회가 먼저라고 응수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형국이다.

문제는 행정안전부의 잘못된 판단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며 ‘해당 지자체 재정능력 등을 고려해 계산된 월정수당 지급기준액의 20% 이상을 인상할 수 없다’는 내용을 최근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삭제했다.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공무원 보수 인상률보다 많이 올리는 것에 동의하고, 이럴 경우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남아 있지만 이 같은 절차만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른 세상이 열렸다고 판단한 일부 의회는 즉각 반응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인상 요구를 맹비난하고 있다.

의정비가 적어 생활이 어렵다고 하는데 일부 의원들에게 국한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지방의원 대부분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비를 올려 줘도 충실한 의정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정비 때문에 지방의회와 시민단체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의정비 현실화가 우선이다”, “의회 쇄신이 먼저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택시비 인상과 같다 올려주면 친절히 하겠다


논란이 반복되자 학계에선 전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급제를 도입했지만 겸직을 허용하는 등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겸직을 금지시키고 의정비를 많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젊은 광역의원들을 살펴보면 40대 후반에 4인 가족의 가장이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광역의원 7000만원, 기초의원 5000만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주장이다. 지역별로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의정비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군수 등 다른 선출직 공무원과 교사, 군인 등은 어디에 근무해도 똑같이 월급을 주면서 지방의원들만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처럼 정부가 의정비를 결정해 줘야 한다. 지금의 방식은 갈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 수준 향상을 위해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정비가 적다 보니 정치꾼들만 지방의회에 진출하고 부정부패에 손을 대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회사무처 독립이 이뤄지고, 의정비를 충분히 주면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지방의원에 도전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인상은 필요하지만 전국이 동일하게 의정비를 지급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주장도 있다. 열심히 일하는 의회는 더 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지방의원들이 의욕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학계 의견과 다른 입장이다.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행안부는 말한다.

시장·군수들은 1년 동안 거의 매일 출근하고 겸직도 안 되지만 의원들은 상당수가 회기에만 출근하고 겸직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전국 의회별로 회기가 다른 상황에서 의정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의회 출근 일수가 다른데 똑같은 대우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의정비의 많고 적음 등을 따질 때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지방의원 급여에 관여하는 것은 지방분권 강화에 역행하는 것이라 말했다.

미국과 일본 의회는 지방의원 의정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선 유권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약속한 의원들이 먼저 겸직 금지를 선언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공천제 폐지도 선행돼야 한다

의정비 인상은 복합적으로 논의할 문제지만 의원들은 불리한 내용을 빼놓고 의정비 인상 주장만 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의정비 평균은 광역의원 5743만원, 기초의원 3858만원이다.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광역이든 기초든 공히 기관대립형으로 의결, 입법, 집행감시라는 기능을 갖는다. 가까이서 지켜보면 의회의 감시기능이 지방정부의 방만한 운영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감할 때도 있지만 일반주민들은 그저 권력기관으로 오해하거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완장’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의회에 대한 인식이 이럴진대 의정비에 대한 불만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은 애초에 무보수명예직이었다가 2006년 유급제로 바뀌었다.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유급제의 중요한 이유였지만 전문가의 전업을 요구하기에는 부족한 보수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임금이 적다고도 할 수 없을만큼 하는 일이 애매한 대목이 있다. 의정비의 기준 잡기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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