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 KT 화재 아현지사 통신대란 취약한 대한민국

한국에 재앙을 주기 위해 꼭 핵폭탄이 필요한 것만도 아니다.

화재 한번에 통신지옥, ‘끊김’ 외면한 ‘초연결’ 재앙

서울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전화선과 광케이블 등이 소실되면서 일대는 물론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까지 통신망 두절사태가 벌어졌다.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서비스 등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이용자들 사이에 큰 혼란이 빚어지고 국민들과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수 없다.

서울과 대한민국은 취약하다.
화재 한방에, 가스 폭발 한방에 기능이 죽는 도시다.

디지털로 이뤄지는 일상이 한 순간에 마비됐다는 점에서 재난 수준의 사고다.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당장은 조속한 복구가 중요하다.

어제까지 이동전화망과 인터넷 회선 복구작업이 상당히 이뤄진 것은 다행이지만 유선전화와 카드결제 등 다른 서비스까지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1주일 정도 소요될 것이라 한다.

애꿎은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허술한 소방안전 규정에서 초래된 예견된 사고라는 점이다.

현행 소방법상 전력이나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KT 아현지사 지하구는 500m 미만이라 방지설비 설치의무가 없다.

과거와 달리 통신회선으로 전송하는 서비스와 트래픽 양이 급증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화선과 광케이블이 굵직한 다발로 연결된 통신구에 스프링클러도 없이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다고 한다. 물론 법적인 하자는 없다. 사고가 난 KT 통신구는 통신장비만 설치된 단일 지하구로서, 수도·전기·가스관이 함께 설치된 공동 지하구와는 소방법상 적용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규정에 기대서 안이하게 관리해 온 KT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통신망은 디지털사회의 근간으로 사고가 나면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진다. 국가적으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는 강화해야 마땅하다. 화재 감지가 어려운 데다 진화하기도 어려운 지하구는 공동이든 단일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관계없이 화재감지기나 유독가스 소화설비, 스프링클러 등 화재진압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관련규정을 손봐야 한다.

비단 통신망 뿐만은 아니다.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도심 지하 구석구석에 연결돼 있는 모든 지하구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

예기치 못한 재난을 막으려면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미비점을 즉각 보완해야 할 것이다. 민간이 설치한 지하구와 산업단지 내에 설치된 지하구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들 시설도 점검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일원화된 지하구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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