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세종=청주일보】김흥순 =교병필패(驕兵必敗)=경적필패(輕敵必敗)다. Pride goes before a fall. or Pride will have a fall.

너무 당연한 말이다.

속담에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적을 얕잡아 보다는 교병필패(驕兵必敗)도 같은 뜻이다.

적을 얕보는 병사는 교만한 병사다.

자기(自己) 군대(軍隊)의 힘만 믿고 교만(驕慢)하여 적에게 위엄(威嚴)을 보이려는 병정(兵丁)은 적의 군대(軍隊)에게 반드시 패한다. 교만, 방만, 거만, 태만, 오만은 필패의 원인이다.

서울대 출신들이 정치를 못한다는 것이 맞는 말인 모양이다. 재야와 야당의 서울대 출신이라면 이해찬이었다, 그는 이제 친노와 친문의 좌장으로 더불어 민주당 대표다. 그는 교만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정권재창출→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으로 교만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이 대표가 억지로 꿰맞춘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열 번은 더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한다”고 외쳤다.

집안 잔치에서 당 대표가 정권 재창출 의지를 확인한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다. 우리 현대정치사에서 민주당의 역할과 좌표는 중대했다. 1955년 창당해 63년간 김대중·노무현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의 기둥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당 대표 경선에서 ‘20년 집권론’으로 구설에 올랐던 그가 ‘50년 집권론’을 대놓고 외친 언행이 국민 눈에 곱게 비칠지 돌아볼 문제다.

언변과 자신감은 때를 가려야 한다.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19년 만에 실업자는 최고에다 집값 폭등에 부동산 양극화로 민심이 어수선한 판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북핵과 남북대화에만 관심이 있지 국민경제나 미세먼지 등에는 관심이 거의 없는 듯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적 성취를 기대하면서도 오죽했으면 “집안 살림살이부터 좀 보살피라”는 절망이 새 나오겠는가 말이다.

이 대표는 국민성장론을 놓고 토론하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도 한마디로 무질렀다.

“격이 안 맞다”는 거절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머리 맞댈 난제가 산적한데 야당을 협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안하무인은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노회하고 오만한 정치 9단이 아니라 유연하게 소통하는 겸손한 집권당 대표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서울대 출신에 민주화 우머리에 대통령 빼고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으니 눈에 뵈는게 없을 것이다.


기원 전 68년, 전한(前漢)의 선제(宣帝)가 서역(西域)의 차사국(車師國)을 정복하기 위해 정길(鄭吉)과 사마 희에게 출병을 명하자 두 사람은 대군을 이끌고 차사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자 다급한 차사왕은 개노국에 구원병을 요청했지만 개노국이 구원병을 보내주지 않자 할 수 없이 항복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개노국의 대신들은 후회하고 왕에게 "차사국 땅은 기름지고 우리땅과 가까우므로 언제 침략을 당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 위기국면을 벗어나려면 승리감에 도취해 군기가 해이해진 적의 허점을 노려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진언했다.

이에 개노국왕은 이를 받아들여 즉시 기습공격을 감행해 점령군을 포위하고 곤경에 빠뜨렸다. 위기에 처한 정길은 즉시 선제에게 구원요청의 파발마를 보냈다. 그러나 구원병을 즉시 파병하려는 선제에게 재상이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극구 만류했다.

"교만한 군대가 그 위세를 뽐내는 것은 교병(驕兵)이며 이런 교병은 필패(必敗)라고 했습니다." 이에 깊이 깨달은 선제는 자신도 교만했음을 뉘우치고 즉시 증병계획을 취소시켰다 한다.

《한서(漢書)》〈위상전(魏相傳)- '병교자멸(兵驕者滅;군사에서 교만한 자는 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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